서울 서초동에 사는 김모씨(62)는 얼마전 거래은행인 H은행으로부터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집까지 찾아온 은행 직원이 건네고 간 봉투 속에는 요즘 화제가 되고 있는 뮤지컬 티켓 2장이 들어 있었다. 매진 행렬 탓에 돈 주고도 구하기 힘든 입장권이었다. 그는 이 은행에 20억원의 거금을 맡겨 놓은 최고 등급의 우량(VIP) 고객이다. 김씨는 몇 개월 전 이 은행으로부터 감사편지와 함께 1백만원 상당의 판화 작품도 선물 받았었다. 은행권의 VIP 마케팅이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기존의 우수고객을 거래 금액별로 3∼4등급씩 다시 세분화해 등급별로 우대서비스를 차별화하고 있는 것. 최고 등급 고객에게는 파격적인 서비스가 뒤따른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에 3억5천만원 이상 맡긴 고객을 최고등급인 로열MVP로 분류하는 등 우수고객을 4등급으로 나눠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로열MVP에겐 전담직원을 배정, 자산관리를 책임져 준다. 80만원 상당의 건강검진권을 일년에 한 차례씩 나눠 주고 생일이면 직원이 직접 방문해 선물을 전달한다. 이 은행은 내년부터 VIP 객장에 혈당측정기 등 의료장비까지 비치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은 최근 계열 증권사 투신운용사 등과 연계한 종합 금융관리 서비스인 '머니 네트워크' 체제에 들어갔다. 이 은행만의 프라이빗뱅킹 시스템을 도입한 것이다. 김승유 하나은행장은 "자산관리 차원에서 벗어나 개인별 라이프사이클을 감안한 부 관리(Wealth Management)로 서비스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말했다. 거액자산가 고객이 많이 이용하는 외국계 은행들도 최근 들어 VIP 고객 관리체계를 재정비하고 있다. 씨티은행은 지난 11월부터 우량고객인 '씨티골드'회원 기준을 예금고 1억원에서 2억원으로 높였다. 대신 투자상품 안내 등 서비스는 강화했다. 씨티은행 관계자는 "수익성 측면에서 예금 1억원은 고객관리 비용을 겨우 건지는 수준이라는 판단에 우량고객 기준을 높였다"고 밝혔다. HSBC는 1억원 이상 대출받는 고객에게 전담직원을 배치해 자산관리 상담을 해주는 '금관클럽' 제도를 지난달 선보였다. 이 은행은 클럽 회원에겐 전용 주차 공간도 제공하고 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