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월 환율은 제한된 박스권 범위내에서의 공방이 예상된다. 최근 몇 년간 연말께면 오름세를 보였던 환율은 올해는 변동요인이 크게 눈에 띠지 않고 있다. 급작스런 경기 침체나 하강의 우려가 크지 않는 가운데 수급 상황에 의해 환율 움직임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관측이다. 경기와 펀더멘털에 대한 신중한 판단도 함께 요구되고 있다. 현 하락 추세가 당분간 연장될 것이란 견해는 대부분 일치하지만 일시적인 불안감의 부상이나 돌발수급이나 변수의 출현에 따른 반등 움직임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번 달 환율은 안정적인 흐름의 예측속에 '1,260∼1,280원'의 하향된 박스권이 예상된다. 위아래 10원의 변동폭 확대요인이 상존하지만 이는 수급상의 변화에 의해 야기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달 6개월여 이상을 끌어오던 '1,280∼1,320원'의 강철박스권이 함몰되면서 시장을 지배하게 된 하향 추세는 유지될 것으로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10월초부터 시작된 외국인의 주식순매수, 증시 강세, 한국신용등급 및 전망의 상향조정 등의 호재가 원화에 힘을 불어넣은 탓. 수급상으로는 변동요인이 크게 두드러지지 않는다. 지난달 하순 급락하는 장세에 제동을 걸었던 하이닉스관련 시중은행권의 대손충당금 적립 수요는 일단 첫째 주까지 작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이후에도 은행권에서는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 비율을 채우기 위한 충당금 수요가 대기하고 있는 실정. 또 외화대출금 상환이나 외국계기업의 본사 과실송금, 공기업 헤지 매수 등 수요요인이 대기하고 있다. 다만 지난 몇 년간 연말경에 상승의 강한 기제로 작용했던 정유사 등 에너지 관련업체의 선취매수는 최근 하향 안정화되고 있는 유가 등으로 눈에 띠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대부분 은행에서 BIS비율을 높여놔 충당금 수요가 올해는 예상보다 많지 않을 것"이라며 "전반적으로 수요 요인이 부각되고 있으며 이번 달에 물량이 얼마나 공급될 것인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에 맞서 업체들의 보유물량도 연말 자금수요와 맞물린 보유물량이나 무역흑자 등이 공급 요인이다. 역외세력도 9.11 테러사태 이후 매수에 흥미를 잃은 듯 혼조된 양상을 띠면서 달러되팔기(롱스탑)도 간간히 나서고 있다. 다른 은행의 딜러는 "업체들이 1,280원이 막혀 있다는 인식이 강한 것 같다"며 "공급이 수요를 앞질러 꾸준히 하락하는 추세를 띠면서 1,250원대까지 진입도 예상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내년도 경기 회복기대감 등을 반영해 조금씩 흘러내릴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 다만 9개월째 마이너스 행진을 거듭하면서 경기 회복을 실마리를 제공하지 못하고 있는 수출이나 연말경 발생하는 충당금 수요 등은 환율상승 요인으로 작용한다. 또 포화가 꺼져가는 미국의 확전 가능성도 급작스레 상승의 불씨를 붙일 수 있다.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있지만 확신이 없는 상황이며 언제든 경기 인식이 바뀌면 언제든 방향을 바꿔 갈 수도 있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최근 범위는 이미 경험했던 수치인데다 바쁘게 물량을 처리하거나 사기보다는 시간을 두고 살펴보겠다는 '관망'의 자세가 두드러진 한 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