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중순 경기도 수지의 새 아파트로 이사한 주부 김미경씨(43)는 베란다에서 화초를 돌보는게 생활의 큰 기쁨이다. 김씨는 전에 살던 아파트에 비해 베란다가 너무 조용하고 아늑해 그린하우스(온실)로도 안성맞춤이라고 자랑했다. 아파트가 유달리 조용한 건 베란다 창으로 알루미늄 새시 대신 플라스틱의 일종인 PVC(폴리염화비닐) 재료의 'LG발코니전용창'을 선택한 덕분이다. 김씨는 "바깥 소음이 거의 들리지 않는다"며 "창틀도 나무 무늬여서 훨씬 따뜻하고 부드러운 느낌"이라고 만족해 했다. 급성장 추세의 PVC창 =몇년전만 하더라도 창호 시장은 알루미늄이 대부분이었다. 아파트 발코니창의 경우는 특히 그랬다. 이런 시장 상황이 바뀐 건 LG화학이 97년 PVC를 활용한 창호제품을 내세워 공격적 마케팅에 나서면서부터. PVC 창호는 알루미늄 창호보다 가격이 15~20% 가량 비싸지만 소음차단과 단열 효과가 뛰어나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LG화학은 베란다와 거실 또는 방을 차단하는 내창을 집중 공략한후 97년 하반기부터 발코니창으로 사업을 확대했다. LG가 PVC창호 사업을 적극적으로 벌이자 경쟁업체들도 뒤따라왔다. 그 결과 국내 전체 창호시장중 PVC창호가 차지하는 비중은 99년 35%, 2000년 40%로 뛰었으며 올해는 49%에 이를 전망이다. 내년엔 PVC가 55%로 알미늄 창호를 제칠 것으로 보인다. PVC창 시장 확대에 비례해 LG발코니전용창의 매출도 지난해 3백20억원에서 올해 7백억원으로 늘어났다. 내년엔 올해의 두배인 1천4백억원을 목표로 잡았다. LG화학 산업재사업본부장인 배윤기 부사장은 "전체 PVC 창호시장에서 LG의 시장점유율은 50% 정도"라며 "이 가운데 발코니창 시장의 경우는 27%를 차지해 국내 1위"라고 밝혔다. 고정관념을 깨라 ='LG발코니전용창'의 성공 비결은 우선 '고정관념을 깬 신제품 개발전략'에 있다. LG가 PVC 발코니전용창을 내놓기 전만 해도 플라스틱 소재의 새시는 발코니와 거실 또는 방 사이의 내창으로만 사용할수 있다는게 정설이었다. 발코니창은 바람이나 비등 악기후에 견딜수 있는 내구성과 내풍압강도가 좋아야 하는데 플라스틱 소재는 알루미늄보다 성능이 뒤떨어지기 때문이다. LG는 1년간 연구끝에 PVC 플라스틱 파일(막대) 내부의 빈공간에 철심을 삽입해 보강하는 방법을 개발, 이런 문제를 해결했다. 태풍이 많은 제주도와 삼척, 강릉, 부산의 기상조건에서도 견딜수 있는 성능을 가진 제품을 만들어냈다. 이렇게 탄생한 발코니전용창은 바깥의 공기를 차단하는 보온단열성과 기밀성(氣密性), 방음성, 물이 스며드는걸 막는 수밀성(水密性), 태풍이 불었을때 견딜수 있는 내풍압강도 등 발코니창이 가져야할 5가지 기능에서 모두 알루미늄창보다 우수했다. 정부 출연 연구소인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조성환 박사(건물에너지연구팀장)는 "열투과가 잘되는 알루미늄보다 합성수지 제품인 PVC는 열차단 성능이 20~30% 가량 우수하다"고 말했다. LG화학 건재.창호재사업팀장인 강훈구 부장은 "알루미늄창이 19dB(데시벨)의 소음을 차단, 실내에서 큰 소리로 얘기야 대화할수 있는 반면 발코니전용창은 29dB의 소음을 막아 작은 소리로 해도 된다"며 "비오는 날 물이 실내에 들이치지 않고 바람에 견디는 강도도 알루미늄보다 두배 가량 높다"고 설명했다. 고객만족(CS) 경영의 주효 =LG발코니전용창의 인기 두번째 비결은 고객들이 원하는 제품을 만들었다는 점이다. 나무무늬 시트(Sheet)를 PVC 파일 표면에 붙여 고급스런 분위기를 풍기면서 실내 인테리어와도 조화를 이루도록 만들었다. 업계 처음으로 시공실명제를 도입, 시공후 시공업체의 실명 스티커를 부착해 애프터서비스(AS)를 책임지도록 했다. 발코니창 공사는 건설사의 분양가에 포함되지 않아 그동안 입주자가 개별적으로 제품과 시공사를 선택해 설치하는게 대부분이었다. 영세한 창호업체들이나 이권을 노린 조직폭력배들이 공사에 끼어들어 분쟁이 적지 않았다. LG화학은 발코니전용창을 내놓으면서 1백60여개 시.가공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철저한 AS가 가능토록 교육을 시켰다. 불량률을 1백만개 생산제품중 3.4개 이내로 줄이는 6시그마 활동도 벌여 제품 생산단계에서 아예 결점이 없도록 철저히 관리했다. 서울 송파에서 새시 시공사업을 하는 김준형(51)씨는 "LG발코니전용창은 제품에 별로 흠이 없는데다 고급스럽고 기능도 우수해 값이 조금 비싼데도 소비자들이 많이 찾는다"고 말했다. 불황 맞선 공격적 마케팅 적중 =LG가 발코니전용창을 내놓은 것은 97년 6월께. 제품 출시후 6개월도 안돼 IMF 위기를 맞았다. 건설경기가 급속히 얼어붙자 당연히 판매가 되지 않았다. LG는 그러나 공격적인 시장창출 전략을 밀고 나갔다. 98년 서울 방학동 대상 아파트 분양시 40만장 가량의 홍보 전단을 만들어 PVC 발코니전용창의 우梔봉?홍보했다. 이와함께 건설회사들이 소형아파트를 분양하면서 거실을 넓히기 위해 발코니와 거실간 창을 없애는 점에 착안, 보온단열효과를 유지하려면 발코니창으로 PVC창을 써야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부각시켰다. 연극배우 윤석화, 가수 클론을 모델로 기용한 광고도 대대적으로 실시했다. '불황에 투자하라'는 격언을 따른 결과 LG 발코니전용창 브랜드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지도는 일류 브랜드 수준인 70% 이상으로 높아졌으며 이는 판매 증가로 이어졌다. 강현철 기자 hc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