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30일은 현대투신에 특별한 날이었다. 이날은 당초 정부와 AIG컨소시엄이 현대투신의 회생을 위해 '수혈(공동출자)'을 해주기로 했던 시한이다. 잘 됐다면 이 회사의 제2 창사로까지 이어졌을 법한 날이었지만 무심하게 지나갔다. 공동출자가 언제 어떻게 이뤄질 것이라는 기약도 없다. 공동출자에는 크게 세가지 합의가 전제돼 있다. 먼저 AIG컨소시엄 구성원들의 합의가 있어야 하고 이어 AIG측과 현대증권,AIG측과 정부(금융감독위원회)간 계약이 체결돼야 한다. 그러나 현재 컨소시엄내 구성원간의 합의조차 확연치 않은게 현실이다. 지난 '9·11 테러'로 참여업체 일부가 발을 뺐다는 관측마저 나오고 있다. 또 현대증권과 AIG측간 계약은 AIG측의 5개항 추가요구로 진척이 더디다. 당사자인 현대투신과 현대증권 쪽으로 눈을 돌리면 사정이 또 달라진다. 협상이 되는 것인지 아닌 것인지 어정쩡하게 장기 교착상태에 빠지자 이들은 경영면에서 말 못할 고통을 겪고 있다. 회사의 한 고위 관계자는 "경영환경 변화에 적응하는데 필요한 신규사업은 엄두도 못내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경영진 자체가 바뀔지도 모르는 마당에 리스크가 따르는 신규투자를 생각할 필요와 여유가 없다는 얘기다. 이에 따라 국제부문 영업은 사실상 '올스톱'됐고 모럴해저드도 심상치 않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이러다보니 우수 직원들도 하나둘씩 빠져나가 경쟁력이 사그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짐짓 태연하다. 그저 "지난 8월 체결한 MOU(양해각서) 시한인 12월까지 계약을 맺기 위해 노력중이며 지금까지는 잘되고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고 있다. 그러나 그 시한만 해도 문제다. 시한을 정해놓고 협상을 벌인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최종안이 나올 때까지 수시로 밀고 당겨야 하는 협상에서 시한을 정해두고 있다는 것은 카드를 보여주고 하는 게임과 다를게 없다. 민간회사가 아닌 정부가 주체인 협상에서 우위상실은 곧바로 국부유출로 이어진다. 더욱이 자칫 '한건 해보자'는 심리까지 가세한다면 협상결과가 어떠할지는 뻔한 일이다. 현투매각협상의 남은 한달이 주목된다. 박기호 증권부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