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한상영관이 생기게 됐다는 소식이다. '된다 안된다'로 4년간 논란을 벌여온 영화계 현안에 마침표가 찍힌 셈이다. '제한상영'의 대상은 성과 폭력 묘사가 현행 '18세 이상 관람가'보다 한층 노골적이어서 일반극장 상영이 곤란한 영화다. 제한상영관 도입에 대해서는 그동안 찬반 양론이 팽팽히 맞서 왔다. 찬성하는 쪽의 논리는 제한상영관을 만들면 모든 영상물에 상영기회를 줌으로써 표현의 자유를 확대시킬 수 있고 청소년 유해영상물의 유통을 제한,청소년 보호도 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반박도 만만치 않다. 돈벌이와 관련되는 만큼 극장주들이 어떻게든 청소년 출입을 허용하면 사실상 통제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컴퓨터만 켜면 상상을 초월하는 음란·폭력물이 쏟아지는 마당에 제한상영관으로 청소년을 보호한다는 발상은 순진하기 짝이 없는 것이라는 주장이다. '18세 관람가'냐 '15세 관람가'냐에 따라 관객수가 수십만명씩 차이나는 현실에서 국내제작자들이 제한상영물을 만들 확률은 낮고 따라서 외국의 포르노성 저질영화만 무성해질 지 모른다는 우려도 나온다. 중요한 건 제한상영관 유무보다 등급을 제대로 매기는 일이다. 등급위를 구성할 때 연령 성별 자녀유무 등을 고려함으로써 제작자가 아닌 소비자의 입장에서 판단하게 해야 한다. '조폭마누라'가 15세 관람가,'AI'가 12세 관람가인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는 데도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영화의 등급이나 상영을 문제삼는 건 사회적 영향력이 크기 때문이다. 96년 '사전심의제 위헌'에 이어 지난 8월말 '등급보류 위헌' 판정이 내려짐으로써 영화계의 외부족쇄는 거의 풀렸다고 할 수 있다. 남은 건 영화인들의 자율규제와 책임감이다. 최고의 전성기를 구가한다는 한국영화계지만 수익성에만 치중, 폭력물을 양산하고 배급 광고 마케팅에 지나치게 의존한다는 소리도 높다. 제한상영관 도입도 다양한 콘텐츠 제작기반 마련이라는 영화진흥책의 일환이겠거니와 정부와 영화계 모두 돈 안되는 예술영화 활성화에도 관심을 기울였으면 싶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