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서소문동에 위치한 대한통운 사옥. 아침 7시면 어김없이 정문을 들어서는 곽영욱 대한통운 대표 겸 법정관리인(61)에게 요즘 들어 새로운 아침 일과가 생겼다. 모서리가 떨어져 나간 계단의 보수 여부에서부터 화장실 청소 상태까지 건물 구석구석을 꼼꼼히 둘러보는 것. 모기업이었던 동아건설로부터 임대해 사용하던 빌딩을 지난달 2백억원에 인수한 후 생겨난 주요업무 중 하나다. 지은 지 20년이 다 돼가는 낡은 건물이건만 그에겐 여느 인텔리전트 빌딩이 부럽지 않다. 침몰 직전까지 몰렸던 대한통운호 회생의 산증인일 뿐 아니라 파산절차를 밟고 있는 동아건설과의 완전한 결별을 선언하는 상징물이기 때문이다. 곽 대표는 지난 99년 5월 대한통운 대표로 취임했다가 법정관리가 시작된 지난해 11월 구경영주로는 이례적으로 법정관리인을 겸해 회사에 재취임했다. '대한통운 외길 인생'을 걸어온 곽 대표만이 대한통운을 살릴 수 있다는 법원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동아건설에 대해 지급보증(7천7백억원)을 선 탓에 지난해 2백50억원이 넘는 순이익을 내고도 재산보전처분을 위해 '울며 겨자먹기'로 법정관리를 신청해야만 했던 대한통운. 허탈해 있던 직원들을 아우르고 이들에게 회사의 미래를 제시해야 하는 고통스러운 역할은 고스란히 그의 몫으로 돌아왔다. 설비 자동화나 기계화가 경쟁력인 일반 회사들과는 달리 물류기업인 대한통운엔 인적 자원이 성장의 근간이 될 수밖에 없다. 곽 대표가 처음 착수한 일은 그래서 '사람 경영'을 실행에 옮기는 것이었다. 그는 우선 철저한 능력 위주의 인사제도를 정착시켰다. 전국 40개 지사 지사장을 해당지역 출신의 인물로 기용했다. 또 통상 임원급이 발령받는 지사장 자리에 부장급 인사를 앉힐 만큼 파격적이고 과감한 인사도 시행했다. 수익의 공정한 분배를 통해 직원들에게 '일한 만큼 벌 수 있다'라는 인식도 심어줬다. 적자사업 부문이었던 할인마트를 기존 19개에서 11개로 축소하고 전체 인원의 10%인 4백20여명의 인원을 줄이는 고달픈 구조조정의 시기를 거친 것은 물론이다. 대한통운은 올 3·4분기 현재 창사 이래 최대인 6백4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위한 M&A(기업인수합병)작업도 원활히 추진중이다. 곽 대표는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64년 대한통운에 입사,전국 주요 도시의 지사장을 차례로 역임하며 지난 38년간을 회사와 함께 동고동락해왔다. "4천여명의 직원 모두가 사라질뻔한 회사를 다시 회생시킨 대한통운 소사(小史)의 주인공들입니다.나보다는 회사를 먼저 생각해준 그들에게 딱 90점짜리 사장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후배들이 언제나 마음놓고 어깨를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맏형'같은 존재가 되고 싶다는게 곽 대표의 소박한 바람이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