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하던 수도권 공장입지 규제완화 문제가 다시 불거져 나오면서 관련 부처들 간에 해묵은 논란이 재연되고 있어 수도권 관리를 둘러싼 정책혼선으로 이어지지 않을까 걱정이다. 이 문제가 갑자기 수면 위로 부상한 것은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산업자원부가 수도권 공장입지에 관한 규제를 대폭 완화하는 방향으로 '공업배치 및 공장설립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겠다고 발표하자 수도권 정책을 총괄하는 건설교통부가 강력한 반대입장을 표명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산자부가 추진하고 있는 수도권 공장규제 완화 내용을 보면 수도권 성장관리권역에 대기업의 첨단공장 신설을 허용하고 과밀억제권역에 위치한 대기업공장의 증설허용 상한선을 지금의 두배인 2천평으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이는 난공불락으로 여겨지던 '수도권 집중 억제'라는 성역을 향해 포문을 연 것이나 다름없는 파격적인 내용임에 틀림없다. 건교부가 펄쩍 뛰는 것도 이해가 간다. 산업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수도권에 공장 신·증설 허용이 불가피하다는 산자부의 입장이나,예외 인정을 확대하기 시작하면 원칙이 무너져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건교부의 반대입장이나 모두 나름대로의 논리를 갖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나 이 문제만 거론되면 이성적 판단은 접어두고 우선 감정부터 앞세워 팽팽한 대결구도로 몰고가는 관계부처들 간의 정책혼선이 기업들의 공장입지 계획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점은 그냥 보아넘길 일이 아니다. 이번 수도권 공장 신·증설 허용 문제도 부처간 사전 협의가 없었던 것으로 보아 이렇다할 논의도 해보지 못하고 말싸움으로 끝날 공산이 크다. 기업경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공장입지 규제완화와 같은 민감한 문제일수록 사전협의가 필수적이며 정책의 원칙이 뚜렷하고 그 내용이 투명해야 한다. 이 문제와 관련해 또하나 강조하고 싶은 것은 우리의 수도권 정책도 경제여건과 시대의 흐름에 맞게 유연성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그동안 수도권 집중 억제정책이 지방균형발전 전략에 적잖이 기여해왔음을 모르는 바 아니지만 산업경쟁력 제고와 외국인 투자유치가 절실한 상황에서 언제까지나 수도권을 성역으로 끌어안고 있는 것이 국가경제와 지역발전을 위해 도움이 되는 일인지 자문해볼 때이다. 이제는 환경친화적 기업이나 공장도 드물지 않고 첨단업종의 경우 인구유발 효과도 낮기 때문에 분명하고도 엄격한 잣대만 있다면 그동안의 무차별적인 규제를 제한적으로 푸는 것도 신중하게 검토해봄직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