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 운용 및 감독실태에 대한 감사원 특별감사 결과는 우리를 참으로 답답하게 만든다.문제점이 한둘이 아니리라는 것은 이미 짐작하고 있던 일이지만 이 지경일 줄이야 누가 생각이나 했을까. 공적자금 조성규모나 시기 판단에 오류가 있었다는 점,예금자 보호법이 정한 보호대상예금에 해당되지 않는 투자신탁사 실적배당상품과 신협 출자금 등을 공적자금으로 지원해 국민부담을 가중시킨 일,지금 돌이켜 생각해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제일은행 매각조건 등 공적자금과 관련된 큰 문제점들은 이미 감사원 감사 전부터 누구나 알고 있던 일이다. 그러나 이런 일들은 분명히 잘못 처리됐지만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그 나름대로의 까닭도 부인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었다. 실적배당상품의 손실을 메워준 것도 금융시장 혼란을 막기 위해 불가피했던 게 사실이고 제일은행 매각도 그 당시로는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는 점에서 그러하다. 그러나 감사원 감사 결과 드러난 다른 숱한 문제들은 성질이 전혀 다르다. 공적자금 관리를 맡고 있는 관계당국자들이 국민의 부담을 줄여야겠다는 생각이라도 과연 하고나 있는지 근본적으로 의구심을 떨쳐버리기 어렵다. 한아름종금 한아름금고 등 한시조직으로 설치된 정리금융기관을 기한이 종료됐는데도 사실상 존속시키려는 의도가 무엇인지,부실금융기관 파산관재인들이 76계좌의 골프회원권을 계속 보유하고 있는 까닭은 무엇인지,공적자금을 지원받은 12개 부실금융기관이 임직원에게 5천2백억원을 무이자 또는 연 1%로 대출하고 있다는데 그래도 좋은 일인지 관계당국자들은 대답해야 한다. 특히 경악을 금할 수 없는 것은 예보공사가 출연 또는 예금대지급한 38조원중 회수가능액이 8조원에 그칠 것이라는 대목이다. 1백60조원에 달하는 공적자금 조성액을 같은 비율로 회수할 수 있다고 보면 정부가 부담해야 할 손실이 1백30조원에 달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보증채무는 IMF가 정한 국가채무가 아니다'라고 되풀이해온 진념 부총리 등 관계당국자들의 주장이 말을 위한 말일 뿐임을 절감하게 한다. 재산을 해외로 빼돌린 부실기업주,집을 남의 명의로 돌려놓은 부실금융기관 임원,공금을 횡령한 자산관리공사 직원 등 감사원이 고발 또는 징계요청한 유형은 갖가지다. 끝까지 추적해 공적자금을 한푼이라도 더 회수해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도 없고,부실금융기관 감독소홀 퇴출지연 등으로 국민부담이 가중되지 않도록 해야 할 것 또한 물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