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의 안주인인 로라 부시 여사는 28일 오전 6m 높이의 크리스마스 트리를 블루룸으로 맞아들였다. 같은 시간 딕 체니 부통령의 부인인 린 체니 여사는 백악관 바깥에 있는 미국의 중심부를 나타내는 상징물인 '일립스'앞쪽에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웠다.이 트리가 미국의 공식적인 크리스마스 트리 역할을 하게 된다. 부시 대통령이 오는 12월6일 이 트리에 불을 밝히면서 워싱턴DC는 연말분위기로 접어든다. 이날부터 나흘간 백악관 안에선 크리스마스를 축하하기 위한 대대적인 장식에 들어간다. 올해 백악관이 내건 크리스마스 장식의 주제는 '가족을 위한 연휴'.백악관은 이 주제에 맞춰 조지 워싱턴부터 프랭클린 루스벨트까지 18명의 전직 대통령이 살았던 집 모형을 화려하게 만들어 진열하게 된다. 이 장식물이 쌀쌀한 날씨로 움츠러드는 12월의 워싱턴DC로 관광객을 끌어모으는 자석 역할을 해왔다. 백악관과 함께 크리스마스 장식물까지 구경하는 이 코스를 즐기는 관광객이 하루 수천명에 달한다. 하지만 올해는 백악관이 문을 걸어잠갔다.백악관 식구나 의회지도자 및 초대받은 손님외에는 이 장식물을 보기 위해 백악관으로 들어갈 수 없다. 또다른 테러나 사고를 우려해서다. 9·11테러 이후 백악관 관광이 금지됐지만 크리스마스 때만은 허용될 것으로 기대했던 워싱턴DC 주민들이기에 이들의 실망이 이만 저만 큰 게 아니다. 워싱턴DC는 테러 이후 관광객이 줄면서 하루 1천만달러의 손실을 보고 있다.이런 판에 백악관마저 보안과 안전을 우려해 12월의 최대 관광코스를 폐쇄함에 따라 손실은 더 커질 판이다.워싱턴DC 관리들의 불만도 대단하다. 파리에 가서 에펠탑을 못보게 할 경우 누가 파리에 관광하러 갈 것이냐며 크리스마스를 훔쳐간 백악관을 비난하고 있다. 로라 부시 여사가 백악관에서 크리스마스 트리를 받기 직전 부시 대통령은 의회지도자들과 조찬을 함께 하며 경기부양대책을 조속히 마련해줄 것을 촉구했다. 안전을 우려해 스스로 몸을 사리는 백악관 주인의 이러한 촉구가 워싱턴DC 주민들에게 어떻게 들릴지 궁금하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