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통시장에서 업태간 주도권 경쟁이 가열되고 있다. 현대화의 기수를 자처하며 기업형 유통업태의 모델로 군림해온 백화점이 할인점의 숨가쁜 추격으로 주도권 경쟁을 벌이는 상황이다. 이같은 경쟁의 열기는 향후 2~3년간 한층 뜨거워질 전망이다. 국내외 할인점들의 총 매출은 내년에 17조원에 이르러 백화점과 거의 같은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2003년께 할인점 시장이 백화점보다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업태별 경쟁 양상과 함께 과점화 현상도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 롯데 신세계 현대 등 이른바 빅3 유통대기업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것이다. 업태별로 보면 우선 백화점은 롯데 신세계 현대 등 '백화점 빅3'가 올해 전체 시장의 66%를 차지하고 있다. 이같은 3인방의 과점적 시장형태는 당분간 깨지지 않을 것이란게 유통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할인점 시장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최근 5년간 연평균 40%가 넘는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마트(신세계) 마그넷(롯데) 까르푸 등 '할인점 빅3'가 시장의 70% 가까이를 점유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해 49개, 올해 32개의 신규 점포를 세우는 등 대대적인 확장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지난 10월말 현재 이들 빅3의 할인매장은 83개로 전체 할인매장(2백14개)의 40%를 넘는다. 이들은 내년에도 10개 이상의 신규점을 열 계획을 갖고 있다. 여기에다 영국 제1의 유통 대기업인 테스코와 삼성물산 합작법인 홈플러스가 무서운 속도로 할인점 빅3 업체들을 추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오는 2005년이면 할인점간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릴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가격경쟁력을 특성으로 하는 할인점 성격상 많은 업체들이 공존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경쟁력이 큰 3자 구도로 재편되리란 가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나머지는 다른 업체에 합병되거나 점포를 팔아넘겨야 하는 상황이 도래할 것이란 얘기다. 유통업계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하고 있는 롯데쇼핑은 자금력을 앞세워 백화점과 할인점 두 업태 모두 다점포 전략을 가속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쇼핑은 내년 10조원의 매출을 올리기 위해 백화점 3개, 할인점 13~15개를 열 계획이다. 롯데쇼핑의 목표가 달성되면 롯데는 국내 유통업계 처음으로 10조원대 유통기업의 금자탑을 세우게 된다. 롯데쇼핑은 점포확장을 위해 내년에 올해보다 2천억원이 많은 1조2천억원 정도의 신규투자비를 배정해 놓고 있다. 신세계는 2005년까지 백화점 7개 점포, 할인점 85개 점포망을 구축해 총매출 14조원의 선두 그룹으로 자리잡겠다는 중장기전략을 세워놓고 있다. 롯데를 제치고 유통업계 맹주 자리를 차지하겠다는 야심이다. 신세계는 이를 위해 백화점보다는 할인점 사업에 승부를 걸 준비를 하고 있다. 신세계는 현재 40개의 할인점 수를 2005년까지 해마다 10개 이상 짓는다는 계획이다. 신세계 이마트는 지난해말 기준으로 총 매출액이 2조3천5백64억원을 기록해 2,3위 업체인 롯데 마그넷(1조1천7백억원)과 까르푸(1조3백92억원)를 제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롯데에 이어 2위 자리를 굳힌 백화점 사업에 승부를 걸고 있다. 최근 TV홈쇼핑에 진출한 것도 시너지 효과를 낳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양대 사업에서 무리한 확장경쟁보다는 현대백화점이 지닌 고품격 이미지를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강창동 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