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과 카드사간 수수료 분쟁이 재연되고 있다. 백화점 업계의 맏형격인 롯데가 최근 8개 카드사에 공문을 보내 현행 수수료를 더 낮춰달라고 요구하면서 불씨가 지펴졌다. 롯데가 26일까지 시한을 못박아 답을 달라고 했지만 카드사들은 묵묵부답이다. 지난해 2월 백화점 업계와 맞붙어 완패했던 카드업계는 이번에는 물러설 수 없다는 결의를 다지고 있다. 다른 한편으로 일부 카드사는 실무자를 롯데에 보내 협상의 물꼬를 트려는 움직임도 감지되고 있다. 초반 기선은 일단 롯데가 장악한 것으로 백화점 업계에선 판단하고 있다. 롯데의 논리는 간단하다. 롯데백화점 고객들이 신용카드로 연간 1조7천억원 가까운 매출을 일으켜 4백20억원 정도의 수수료를 신용카드사에 지불한다는 것이다. 카드사에 엄청난 돈을 벌게 해주는 우량고객(가맹점)에게 2.5%의 수수료율을 적용한다는건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항공·주유업계 등의 수수료율 1.5%보다 높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롯데는 일부 카드사가 슬라이딩시스템(매출액에 따라 수수료율을 차등 적용하는 제도)을 운영하고 있지만 그것도 불합리하기 짝이 없다고 투덜댄다. 기준이 되는 매출액과 수수료율을 몇단계로 잘게 나눠 합리성을 높이라는 주문이다. 카드사들도 할말이 많다. 2.5%의 수수료율은 원가를 감안한 최저 수준이란 항변이다. 신용카드를 쓴 소비자로부터 적어도 한달 뒤에 실제 돈을 받는 만큼 이자와 부실채권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수수료율 2.5%는 최저수준이라고 주장한다. 수수료율 결정의 기준이 되는 업종별 마진율을 따져봐도 마진이 높은 백화점을 저마진의 항공·주유업계와 동일시할 수 없다고 강조한다. 분쟁의 열쇠는 결국 소비자들이 쥐고 있는 것 같다. 롯데는 카드사들이 미온적인 태도를 지속할 경우 YWCA 등 시민단체들과 연계,공세의 고삐를 더욱 바짝 죈다는 계산이다. 롯데가 이번 분쟁에서 이긴다면 전리품을 고객들에게도 나눠줄지 주목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