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Business Week 본사 독점전재 ] 9·11테러 이후 미국의 항공산업은 곤경에 처해 있다. 그렇다고 미국 정부가 보조금을 주거나 연방정부 차원에서 항공사를 돕는 것은 테러로 인해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다른 산업과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 항공산업은 테러 사태 이전부터 높은 유가와 여행객 감소로 수익성이 떨어졌으며 몇몇 회사들은 파산 위기에까지 직면해 있었다. 단지 테러사건은 항공사들의 좋지 않았던 실적을 더 나쁘게 했을 뿐이다. 항공업종의 주가는 지난 9월10일 종가로부터 테러 사태후 다시 개장한 17일 사이에 40%나 빠졌다. 그리고 아직도 주가는 회복되지 않았다. 이에 항공사들은 테러공격을 연방정부로부터 보조금을 얻어낼 수 있는 정당화의 수단으로서 보았다. 그리고 의회는 이를 승인했다. 항공업계에 1백억달러의 구제금융을 제공하는 지원안이 통과됐다. 이중 50억달러는 언제든지 항공사에 지원할 금액이며 나머지는 이미 각 항공사에 지급됐다. 그러나 이러한 구제금융은 잘못된 것이다. 왜냐하면 항공업계 뿐 아니라 주식투자자 채권자 근로자 납품업자등 모든 경제주체들이 테러사건 이후 경제침체로 희생을 감수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항공사들은 테러사태 이후 며칠동안 비행기를 운항할 수 없었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한 손실은 보상받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상원과 하원을 통과한 예산안은 항공사들이 주장하는 모든 부채로부터 보호해 주겠다는 것이다. 이러한 것은 시장경제의 규칙을 느슨하게 하고 항공사간의 합병을 저해할 수 있으며 외국 항공사의 미국진출에도 장애가 될 수 있다. 또 연방정부의 보조금은 테러이후 똑같이 고통받고 있는 다른 산업들에 좋지 않은 선례를 남길 수 있다. 만약 보험 호텔등 피해를 본 산업에 정부 보조금을 지원했다면 이들 산업도 항공산업과 같이 경쟁력이 약해질 것이다. 공적 자금의 도움이 없었다면 몇몇 항공사들은 이미 파산했을지도 모른다. 또 연계돼 있는 호텔 체인과 보험회사도 차례로 넘어갔을지 모른다. 하지만 보조금은 여행객 감소와 안전에 대한 우려를 잠시 늦추는 작용만 할 뿐이다. 더욱이 업계의 공정 경쟁을 저해하는 것은 기업의 로비스트와 유권자들로부터 압력을 받고 해당회사에 특혜를 주는 행위다. 연방정부는 모든 항공사들의 안전 준수사항을 면밀히 감시해야 하고 재정지원이 잘 쓰여지는지 감시할 책임이 있다. 안전은 승객이 지불하는 여행경비에 대한 가장 큰 보답이다. 만약 항공사가 안전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그들은 안전 요원을 더 고용해야 한다. 미 의회는 민간 보안회사들이 항공기의 안전을 책임질 수 없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민간 보안회사들의 보안요원을 채용한 유럽의 여러 항공사들은 미국보다 더 안전하다. 항공사들은 특히 보안 강화로 승객의 대기 시간이 더욱 길어지는 것에 적극 대처해야 한다. 대기시간이 길수록 항공 여행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기 때문이다. 9·11테러 이후 연방정부의 지원에 의해 미국의 항공사들은 살아났다. 이런 구제금융으로 일시적인 위기는 벗어났지만 궁극적으로 항공산업을 돕지는 못할 것이다. 항공산업이 발전하려면 공정한 규칙하에서 경쟁을 벌일 수 있는 환경부터 조성돼야 할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1992년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개리 S 베커 시카고대 교수가 경제주간지 비즈니스위크 최신호(11월26일자)에 기고한 글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