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의 고민이 깊어졌다. 6개월여 가량을 철옹성처럼 지지하던 1,280원이 급작스레 무너지면서 새로운 지지선을 찾아야 할 시점에 도달한 것. 하락이 대세임을 인정하면서도 체감적으로 큰 폭의 하락을 겪었다는 점에서 신중한 판단이 요구되고 있다. 2/4분기이후의 지지선이 일단 허물어진 상태에서 대세는 하락쪽으로 기울인 것이 사실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11. 26∼11. 30) 환율은 정부의 개입여부가 주요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추가로 얼마나 레벨을 낮출 수 있느냐가 화두다. 연중 최고치 경신에 나서고 있는 주식시장의 선전과 함께 외국인 주식순매수의 지속성은 여전히 유효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특히 최근 시장을 지배하고 있는 공급우위에 의한 수급장세가 연장선상에 있음을 감안하면 추가 하락 기대심리는 팽배해 있는 상태. 펀더멘털이 개선되고 있다는 공감대와 어우러진 경기 저점 인식도 이에 가세하면서 환율 하락을 위한 제반 여건은 충만하다. 다만 최근 하락에 대한 당국의 인식을 읽어야 한다는 점이 시장 참가자들의 부담이다. 수출이 여전히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원-엔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는 사실과 체감적으로 환율이 급락했다는 인식이 기술적인 반등을 꾀할 수 있는 여지를 남기고 있다. 시장이 모두가 알고 있는 변수나 요인들을 거슬러 변덕을 부릴 수 있음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경닷컴이 은행권 외환딜러 18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번 주 환율은 1,260원대 진입을 위한 시도가 있을 것이란 예상이 우세한 가운데 조정과 추가 하락 사이에서 고민의 여지를 던져주고 있다. 정부의 개입과 급락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요인이 상존하기 때문. 딜러들이 예상한 환율 저점은 단순평균으로 1,263.28원, 고점은 1,279.06원. 지난주 장중 저점인 1,270.90원이나 고점인 1,284.50원에서 하향된 수치며 1,280원은 일단 저항선으로 자리매김했다. 10명의 딜러가 1,260원대 진입을 예상하고 있으며 4명의 딜러는 1,270원대에서 일단 추가 하락은 저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 딜러는 강한 손절매도에 의한 1,250원대 초반까지의 급락을 예상하는 견해도 있었다. 위쪽으로는 14명의 딜러가 1,280∼1,284원을 반등의 한계로, 4명의 딜러는 1,272∼1,275원에서 저항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그동안 꽉 막혀온 상태에서 지지선이 깨진 흐름으로 인해 체감적으로 낙폭은 큰 상태. 정부의 의지외에 다른 요인들이 모두 아래쪽으로 향해 있는데다 기술적으로 1,240∼1,250원까지 급락할 여지가 있다. 환율 상승기 때 거칠 것없이 올라온 탓에 공백이 큰 상태. 일부에서는 지난 주 당국에서 2억달러 이상의 매수를 했음에도 장 분위기를 돌려놓기 힘들었다는 점을 들어 1,250원대 초반까지의 급락 가능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대체로 시장의 다음 타겟은 일단 1,260원대로의 진입이나 일방적인 환율 하락 심리가 어떤 식으로든 조정을 받을 가능성도 염두에 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외환 당국의 구두건 실질 개입이 단행될 가능성이 높아진 상태이며 과매도에 따른 기술적인 반등도 예상할 수 있다. 업체들도 일단 월말을 앞두고 있음에도 외국인의 대규모 순매수로 추가하락을 우려한 탓에 보유물량이나 네고물량을 일찍 처분했을 가능성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모두 알고 있는 변수나 요인이 일방적으로 적용되지 않을 수도 있다."며 "한 쪽으로 몰린 흐름일 일단락되고 기술적 반등을 한 뒤 새로운 모멘텀을 받아야 하락 흐름을 다시 이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