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사회에서는 관례 혼례 상례 제례를 '사례(四禮)'라고 해서 중시했다. 사람이 일생 동안 거쳐야할 통과의례다. 그중에서도 관례(계례)는 성년이 되었음을 사회적으로 인정하는 의식이다. 남자는 상투를 틀어 갓(冠巾)을 씌우고 자(字)를 지어주는 관례로,여자는 쪽을 찌고 비녀를 꽂아주는 계례로 성인이 되었음을 알렸다. 조선 후기에 오면 한 때 조혼으로 관례가 빨라지기도 했으나 '사례편람'에 보면 남자는 15~20세 사이에 관례를 올리도록 최소연령을 15세로 정해 놓았다. 여자도 15세가 되면 계레를 올렸다. 어른으로서의 책임을 일깨우는 '책성인지례(責成人之禮)'가 이런 성년의식이었다. 단발령이 내려진 갑오경장 이후 정통적 의미의 관례와 계례는 사라졌지만 요즘도 매년 5월 셋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1973년 제정)로 정해놓고 만 20세의 젊은이들에게 성인으로서의 자각과 긍지,사회인으로서의 책무를 일깨워 주는 행사를 갖고 있다. 흔히 우리는 인생을 1백년으로 잡고 나이로 계산해 아동기 청소년기 성인기 노년기 등으로 인생주기의 단계를 구분한다. 심리학자들의 학설에 따르면 청소년기는 18~20세를 전후해 완결되고 성인기로 접어든다. 현재 고교 3년생이나 대학 1,2년생의 나이다. 신체적 성숙,성적인 성숙이 이루어져 이성간의 교제 뿐만 아니라 원만한 대인관계 능력을 갖추어 가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현실은 좀 다르다. 지금은 중·고교 교육기간이 길어 전보다 청소년기가 연장돼 있다. 비록 신체적 생리적으로 성인이 됐다 하더라도 사회적 역할에 있어서는 여전히 '성인 노릇'을 할 수 없는 위치에 있다. 특히 치열한 대학입시경쟁은 청소년이 성인이 될 나이에도 부모의 보호를 받아야 하는 미성년의 자리에 머물게 한다. 사람보다 사회의 법이나 교육제도 등의 발달단계가 더 늦은 것이 문제다. 정부가 2003년부터 민법상 성년을 만 20세에서 19세로 낮추는 민법개정시안을 확정했다는 소식이다. 19세면 결혼,매매계약 등도 마음대로 할 수 있으며 선거권도 가질 수 있다는 얘기다. 고령화사회에 대비하는 의도도 있다지만 현 단계로선 적지 않은 파장을 불러일으킬 것 같다. 고광직 논설위원 kj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