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찾은 베이징(北京)대학가 중관춘(中關村).한 건물 입구에서 빠져나온 장사진(長蛇陣)이 눈에 들어왔다. 그곳에 중국 최대 단기 영어학원인 신둥팡(新東方)학교 접수창구가 있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왕쥔(王軍·베이징대 4년)씨에게 줄 선 이유를 물으니 "내년 여름 미국 유학을 떠날 계획"이라며 "토플 수강신청을 위해 1시간여를 기다리고 있다"고 했다. 신둥팡 학교 장사진은 요즘 중국에서 불고 있는 영어학습 붐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유치,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으로 국제화 바람이 불면서 베이징에 '영어를 배워야 산다'는 분위기가 일고 있다. 학생들은 물론이고 직장인 택시기사 가정주부 등도 영어학원을 찾고 있다. 영어교육 붐이 일면서 중국에 '영어경제(英語經濟)'라는 신조어가 등장하기도 했다. 영어교육과 관련된 비즈니스를 일컫는 말이다. 베이징의 경우 올해 '영어경제' 규모는 약 20억위안(1위안=약1백55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1천여개의 각종 영어교육기관이 시내 곳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최근 미국 영어교육기관인 국제영어마을(EVI)이 시내에 학당을 설립,외국업체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신둥팡은 영어경제의 대표적인 수혜자다. 이 학교의 올해 학생 수는 작년보다 약 50% 늘어난 25만명에 달할 것이라는 게 이 학교 위민훙(兪民洪) 교장의 설명.예비 유학생뿐만 아니라 직장인 가정주부 등이 부쩍 늘고 있단다. 단기과정으로 운영되고 있는 이 학교의 학생 1인당 평균 학비는 약 5백위안.상하이와 광저우(廣州) 분교를 포함, 올해 25만명이 수강한다고 치면 1억2천5백만위안의 총수입이 예상된다. 위 교장은 "매출액 중 순수입은 10%에 달한다"고 말한다. 영어학원이 한 해 약 20억원의 수입을 올리게 되는 셈이다. 이 학원은 특히 영어강의를 발판으로 인터넷 교육,출판,해외유학 알선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어 부가 수입이 적지 않다. 우리나라에서 중국어교육 붐이 일고 있는 요즘,베이징에서는 영어배우기 바람이 불고 있다. 베이징=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