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위원회가 지난 23일 삼성.LG.동부화재의 권원보험사업을 허가함에 따라 국내에서도 권원보험시장이 본격 태동하게 됐다. 4∼5개의 다른 손해보험사들도 권원보험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보여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권원보험(權原보험.Title Insurance)이란 부동산 거래안정을 위해 부동산 권리의 하자 등으로 인해 소유권이나 저당권을 가진 피보험자가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주는 손해보험으로 부동산 등기제도가 없는 미국에서는 부동산 거래의 안전장치로 활성화 돼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 6월29일 미국 퍼스트아메리칸 권원보험사에 대해 권원보험업을 허가, 아시아권에서 홍콩에 이어 두번째로 권원보험업이 등장했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별다른 영업실적이 없어 업계 일각에서는 권원보험이 국내시장에 적합하지 않는 것 아니냐는 회의적인 시각도 있었다. 하지만 국내 유력 손보사들이 이처럼 앞다퉈 이 시장에 진출한 것에서도 알 수있듯이 업계 내부에서는 향후 시장 전망을 밝게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 시장현황 지난 6월 국내 처음으로 권원보험시장에 진출한 미국 퍼스트아메리카 권원보험사는 지난달말부터 본격적으로 영업을 시작했다며 예상외의 실적을 올리고 있다고밝혔다. 이 회사 관계자는 "30여건의 청약이 접수돼 계약이 진행중이며 이미 1건은 보험증서가 나간 상태"라며 "또한 2∼3건 정도가 최종계약단계에 있는 등 국내에서 권원보험에 대한 인식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9일 처음 계약된 권원보험은 재개발 대리계약에 대해 불안을 느낀 고객이청약한 것이라고 이 회사 관계자는 밝혔다. 이 회사는 현재 1억5천만원 이하의 경우에는 보험료로 75만원을 받고 있으며 1억5천만원 초과∼5억원 이하는 75만원에 1억5천만원을 넘는 금액의 0.35%를 가산하는 등 매매금액에 따라 4단계로 나눠 보험료를 받고 있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보험료가 고객들에게 다소 부담이 된다는 의견이 있으나등기대행 등 부가서비스가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크게 부담되는 가격이 아니라는 게이 회사의 설명이다. ◆ 인식변화 권원보험시장에 대한 초기 전망은 다소 부정적이었다. 이와 관련, 업계에서는 미국과 한국의 부동산제도 차이를 가장 큰 원인으로 들었다. 미국과 달리 국내에는 등기제도가 있어 미국에 비해 부동산 매매가 안정적이기때문에 부동산 거래자들이 일부러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이들의 예상이었다. 다만 해외에서 진출하는 외국계 부동산업자들이 국내시장에서 활동하면서 이 보험을 활용하는 정도에 머물 것이라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최근들어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게 업계 및 금융당국의 설명이다. 등기제도가 현재까지의 거래사실에 대한 공시의 의미를 가질 수는 있지만 거래자를 보호해주지는 못하는 것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최근들어 부동산 등기제도의 공신력에 문제를 제기하는사례가 늘면서 권원보험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초기에는금융기관의 담보대출이나 빌딩 등 대규모 부동산시장에서 먼저 활성화 된 뒤 점차주택매매시장까지 확산될 것"이라고 말했다. ◆ 향후전망 삼성.LG.동부화재 등 이번에 권원보험 허가를 얻은 손보사들은 부동산매매 등 `소유권'과 관련된 것보다는 부동산 담보대출 등 `저당권'과 관련된 권원보험시장이먼저 활성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은 일반 소비자보다는 부동산 담보대출을 하고 있는 금융기관들을 1차 마케팅 대상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한 권원보험이 활성화되면 자연스럽게 소유권과 관련된 권원보험도 활성화될 것으로 이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초기시장 규모에 대해서는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삼성화재는 초기 3년간 시장규모가 연 300억원 규모에서 장기적으로 연간 3천억원 규모의 시장으로 성장해 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는 아직 이 시장이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는 만큼 인식변화가 일어나더라도 초기시장은 20억∼30억원대에 머물 것으로 보이며 처음 몇년간은손실도 각오해야 할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상수기자 nadoo1@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