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지난 22일 서울은행 진로와 관련,"매각도 합병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언급하면서 서울은행의 독자생존 가능성이 새로이 부상하고 있다. 서울은행은 해외 매각 실패후 현재 국내 매각으로 선회했지만 아직 이렇다할 인수후보가 떠오르지 않고 있다. 금융전업그룹 요건을 갖추면서 자금여력도 있는 기업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국민은행이라는 거대공룡(자산 1백80조원)이 버티고 있는 마당에 수천억원을 들여 자산 21조원에 불과한 서울은행을 인수할 기업이 선뜻 나타나겠느냐"고 말했다. 공적자금 회수라는 측면에서 국내 기업에 파는 게 최선이지만 희망사항에 그칠 공산이 크다는 지적이다. 최근 위성복 조흥은행장이 서울은행과의 합병의사를 공공연히 드러낸 것도 국내 매각이 여의치 않다는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공적자금이 투입된 조흥이나 외환과의 합병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이다. 공적자금이 추가로 들어갈 가능성이 있는 데다 '비(非)우량' 은행간 합병은 시너지효과를 기대할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강정원 서울은행장도 최근 기업설명회(IR)에서 "공적자금이 투입된 은행간 합병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독자생존이 가능할까. 강 행장은 "1천억원 이상인 대기업 여신은 하이닉스반도체 등 7건에 불과해 잠재부실 요인과 그에 따른 경영리스크가 거의 없다"고 강조했다. 또 "하이닉스반도체 여신에 대해 80% 충당금(1천8백억원)을 쌓고도 올해 4백억원의 이익이 나며 내년에는 1천9백억원의 이익을 예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혼자서도 얼마든지 생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예금보험공사 관계자는 "현재의 재무상황만 놓고 보면 외부지원 없이 독자경영을 할 수 있는 상황"이라면서도 "하지만 미래 수익력에 대한 판단은 아직 이르다"고 말했다. 아직 독자적인 수익모델을 찾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한편 서울은행은 조만간 매각 합병 독자생존 등 향후 진로에 대한 경영정상화 계획을 마련해 공적자금관리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위원회는 이를 토대로 서울은행의 최종 진로를 확정한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매각될 때까지 독자생존의 길을 가는 절충안이 나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