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가 출범 초 다짐했던 '작은 정부'약속과는 달리 몸집을 비대화시키고 있는 것은 국민적 비난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역대 다른 정부에서도 유사한 사례가 있었다고는 하나 환란과 함께 출범한 이 정부가 남들에게는 뼈를 깎는 감량을 강요하면서 자기자신은 몸집을 불려 온 결과가 됐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사실 이 정부 출범 초에는 4대부문 개혁의 일환으로 정부부문 감량에 착수해 상당한 기대감을 갖게 했다. 정부조직법을 개정해 중앙행정기관을 축소하고 공무원 총정원제 도입과 인원감축에도 적극 나서 상당한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그러나 집권 초반기의 강력한 의지는 시간이 흐르면서 약화돼 갔고 무슨 사건 사고만 터지면 이를 핑계로 조직·정원을 확대하는 고질적인 병폐가 되살아났다. 부총리제 및 여성부 신설에 이어 웬만한 행정부처보다 규모가 큰 수백명 규모의 인권위원회를 신설하는 대목에 이르러서는 작은 정부에 대한 의지는 더이상 존재한다고 보기 힘들 정도가 돼 버렸다. 그 결과 중앙행정기관 수에 있어서는 내년 1월 발족 예정인 항공청을 포함할 경우 38개로 전임 정부보다 오히려 1개가 늘어났고,변칙적인 조직확대로도 볼 수 있는 대통령 직속 정부위원회는 무려 15개로 전 정부보다 6개나 늘어났다. 공무원 수에 있어서도 중하위직 위주로 약 8%가 줄었다고는 하나 오히려 상위직은 늘어나 총 인건비는 줄기는커녕 5조원이나 늘어나게 됐다. 인건비 절감이라는 실질적인 성과보다는 몇 명 줄였다는 전시행정에 집착한 당연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처럼 역대 정부의 작은 정부 공약이 번번이 지켜지지 않고 있는 이유는 자명하다. 정부가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할 일에 대한 뚜렷한 청사진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정권이 임기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다 보니 집권 초가 아니면 불가능한 조직과 인원의 과감한 재배치가 불가능하게 돼 새로운 행정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조직·인원을 늘리기만 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임기를 불과 1년 남짓 남겨 놓은 현 정부는 더 이상 조직·정원을 늘리는 정부조직 개편을 해서는 안된다. 인권위원회와 항공청이 시급하다면 현재의 조직과 정원을 재배치해서 해결해야 한다. 행정수요는 새로 생기기만 하고 줄어드는 영역은 없단 말인가.아울러 차기 대선에 뜻이 있는 정당이나 후보는 정부조직 개편에 대한 청사진을 분명히 제시하고 집권 즉시 이를 실행에 옮겨야 악순환을 단절할 수 있다는 점을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