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승택 정보통신부 장관의 한마디가 업계에 미묘한 파장을 던지고 있다. 양 장관은 지난 22일 대전 충청체신청을 방문한 자리에서 하나로통신과 두루넷의 통합 얘기를 꺼냈다. "하나로와 두루넷이 통합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게 이날 발언의 요지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양 장관이 현장에서 정확히 어떤 얘기를 꺼냈는지는 직접 전달되지 않아 갖가지 추측성 보도만 잇따랐다. 심지어 일부에선 "채권단 은행을 중심으로 양사 통합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고 장관이 말했다"는 식의 얘기까지 흘러나왔다. 장관의 발언내용이 전해지자 해당업체는 "매우 당혹스럽다"는 반응이었다. 업체간 통합이나 합병은 시장에 가장 민감한 사안인데 왜 장관이 나서서 얘기를 꺼내는 지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두루넷측은 자료를 통해 "양사간 통합에 대해 구체적으로 결정된 게 전혀 없는데도 조만간 통합될 것처럼 얘기해 시장에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더욱이 이 회사의 경우 미국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입장이라 향후 시장에 미칠 여파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두루넷은 장관의 발언이 전해진 23일 나스닥 관련 법률자문회사인 SNS로부터 강력한 항의를 받았다. SNS측은 "부정확한 얘기가 흘러나와 시장의 혼란을 야기하고 있다"는 뜻을 전달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도 이번 장관의 발언에 대해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장관이 발언한 진의가 무엇이었든 간에 어쨌든 정책당국의 최고책임자로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는 지적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시장이 알아서 할일을 장관이 쉽게 언급하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시장에선 장관의 발언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통신시장 3강구도에서 제3세력을 주도하려는 특정회사 밀어주기 의도가 아니냐는 억측까지 나오는 실정이다. 그러나 정작 답답한 건 양 장관의 발언에 대한 정통부의 태도다. 장관 발언이 시장에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데도 정통부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이다. 22일 저녁에도 정통부를 대변하는 공보실은 장관의 발언 진의에 대한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는데도 공식 해명자료조차 내지 않았다. 정종태 IT부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