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부가 정보통신(IT) 벤처기업들의 인수·합병(M&A)을 촉진하기 위해 'IT 벤처기업거래소'와 3천억원 규모의 '차액펀드' 설립을 추진하는 모양이다. M&A를 통해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할 필요성은 누구도 부인하지 않는다. 벤처열풍의 거품이 꺼지면서 이 분야 역시 구조조정이 시급하다고 판단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정통부가 M&A 펀드와 거래소를 만들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산업자원부가 만든 기술거래소,민간기업이 출자한 한국벤처거래소 등 비슷한 기능을 수행하는 기관들이 이미 여러개 있는데다 이들 기관의 실적 또한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판이라 더욱 그렇다. 정통부는 기술거래소가 IT분야에 특화돼 있지 않고 기업이나 사업모델이 아니라 기술이 거래대상이어서 벤처육성이나 구조조정 촉진에 한계가 있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지적은 부분적으로 타당성이 없지 않다. 하지만 이같은 문제점이 정통부 의도에 타당성을 부여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하다면 기술이전촉진법 6조의 기술거래소 사업목적에 M&A 등을 추가하면 되는데도,업무중복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굳이 IT기업 위주로 별도의 거래소를 만들겠다는 것은 부처이기주라는 오해를 받기 쉽다. 이렇게 업종별로 유사기관이 난립할 경우 규모의 경제와 범위의 경제를 꾀하기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전문가 양성과 관련 DB 구축 같은 고유업무마저 제대로 하기 힘들어질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M&A를 촉진하기 위해 차액펀드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은 더욱 이해하기 어렵다. 매입·매도 기업간 가격격차로 인해 거래가 성사되기 힘든 경우 심사를 거쳐 펀드에서 차액을 투자하겠다는 구상인데,당사자가 아니면 누구도 책임지기 어려운 문제인 기업가치 평가를 누가 어떻게 책임지고 객관적으로 하겠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콜옵션 가격을 얼마로 제한하건 인수회사를 싸게 사야 이익을 보는 건데 차액펀드가 동원될 경우 도덕적 해이를 조장해 시장질서만 왜곡시키기 쉽다는 점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유사기관간 실적경쟁이 붙을 경우 자칫 M&A를 위한 M&A가 양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벤처기업의 구조조정을 촉진해야 한다는 점에는 전혀 이의가 없다. 그러나 정부가 직접 시장에 개입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은데다,부처마다 비슷한 기구를 경쟁적으로 만드는 것은 더욱 문제라고 본다. 정부는 민간 기업인들에게 중복투자하지 말라고 강조하기 앞서 스스로 실천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