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감독당국 얘기를 듣자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할 지 모르겠어요" 최근 기자와 만난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리에 앉자마자 불쑥 이렇게 얘기를 꺼냈다. 금융감독위원회나 금융감독원에서 내놓는 금융대책들이 서로 상충되는 경우가 너무 많다는 지적이었다. 그는 일례로 금감원이 마련중이라는 자금시장의 단기부동화 현상에 대한 대책을 들었다. 금감원은 미 테러사건 이후 불안감을 느낀 시중자금이 단기예금상품에만 몰리자 장기예금상품에 세제혜택을 부여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중이라고 밝혔다. 자금이 초단기화 되면서 신용등급 'BBB'기업들의 회사채도 시장에서 소화되지 못하는 상황에서 당연히 금융당국에서 내놓을 만한 아이디어다. 문제는 이 방안이 다른 금융시장 대책과 서로 충돌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금감원은 바로 얼마전 은행권에 만기 3개월 미만의 신탁상품을 허용하겠다고 발표했다.투신권과의 형평성 차원이란 설명이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금감원은 한쪽에선 시중자금의 장기투자를 유도하면서 다른 한쪽에선 단기상품 판매를 촉진하는 방안을 내놓은 꼴이 됐다. 금감원의 신용불량자 대책은 차라리 코미디에 가깝다.금융당국은 올초 사금융 폐해가 문제 되자 대규모 신용사면을 단행했다.카드사들에는 과거 불량기록을 삭제하고 이들에 카드발급을 재개토록 했다. 그러나 신용카드 연체율이 높아지고 이로 인해 신용불량자가 양산된다는 지적이 나오자 이번엔 카드 남발을 문제삼았다. 신용카드 남발로 연체비율이 높아진 회사에 대해선 종합검사때 제재하겠다고 엄포도 놨다. 고객 신용등급을 평가할 불량기록은 삭제토록 하면서 연체관리를 못하면 제재하겠다는 식이다. 올들어 선진형 리스크관리시스템의 구축을 누누이 강조하던 이근영 금융감독위원장이 은행장들을 모아놓고 기업자금시장이 어려우니 돈을 풀라고 독려하는 대목도 상식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감독당국은 시간이 있을 때 장기적이고 일관된 금융감독정책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는 은행 관계자의 충고(?)를 전하고 싶다. 박수진 금융부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