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의 하이닉스반도체 지원을 실질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1차 단계인 실사작업이 16일 완료됐다. 이에 따라 하이닉스는 정상화를 향한 구조조정작업에 본격적으로 돌입하게 됐다.반도체업계의 치열한 경쟁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하이닉스의 새출발이 가시화됐음을의미한다. ◆출자전환 규모 확정 채권단은 실사결과를 토대로 각 은행별 출자전환액을 확정한 뒤 하이닉스 지원작업을 구체화할 수 있게 됐다. 채권은행단의 출자전환액은 총 2조9천200억원이다. 이는 하이닉스 전체 지분(출자전환분 포함)의 절대 과반을 차지한다. 이들 은행의 의사에 따라 하이닉스 구조조정 작업이 추진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특히 외환은행을 비롯한 한빛, 조흥, 산업은행 등 4개 지원채권은행이 하이닉스의 관리를 책임지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 4개 은행의 관리하에 들어간 하이닉스의의사결정은 이전보다 신속해질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채권단은 실사결과 확정직후 구조조정특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외환은행장을 비롯한 은행권 대표와 박종섭 하이닉스 사장은 물론, 외부 전문가가 참여하는이 특위는 향후 하이닉스의 운명을 좌우하는 작업을 총괄하게 된다. 미지원 8개은행의 입장에선 부채탕감액을 털어내는 손실을 입었지만 탕감하지않는 채권에 대해서는 전환사채(CB)로 출자전환할 수 있게 됐다. 이들 은행은 하이닉스의 회생작업에서는 손을 뗐지만 전환사채 부분을 생각할때 완전 결별이라 할 수는 없다. 전환사채의 권리를 행사할 내년 5월께의 하이닉스주가수준에 따라 미지원은행이 챙길 금액의 규모가 크게 달라지기 때문이다. 전환가액은 708원에서 3천100원 사이에서 결정될 전망이다. 708원은 지난 12일하이닉스 주총에서 최대 4천3천억원의 출자전환과 1조원의 액면가 미만 신주발행 근거를 마련하면서 제시된 금액이다. 또 3천100원은 지난 6월 해외주식예탁증서(GDR) 발행가격을 기준으로 한 것이다. ◆하이닉스 처리방향 채권단 고위관계자들은 "하이닉스를 이대로 둘 수는 없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현 체제로는 치열한 반도체업체의 경쟁속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말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하이닉스가 신규지원, 출자전환, 부채탕감을 통해 유동성이개선되는 효과를 거뒀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단기 처방일 뿐"이라면서 "반도체 경기가 신속하게 회복되면 몰라도 그렇지 않을 경우 근본적인 수순에 나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의 추산에 따르면 신규지원 6천500억원과 부채탕감에 따른 이자감면효과등을 감안하면 올해안에 투입될 5천억원의 시설투자와 2002년까지 계획된 운전자금5천억원은 충당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반도체 경기전망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하이닉스의 유동성 위기는여전히 잠재해 있다. 특히 반도체업계 선두주자인 삼성전자는 올해 반도체분야 투자를 세차례나 줄이고도 총 4조4천억원을 설비확장에 쏟아부었다. 또 300㎜ 웨이퍼를 양산하는 등 경쟁업체 따돌리기 전략을 구사하면서 시장점유율을 30% 가까이로 끌어올렸다. 적자에 시달리고는 있지만 마이크론도 올해 투자규모가 2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올들어 현재까지 고작 2천억원 가량밖에 투자하지 못했다.그동안 부실업체로 낙인찍히면서 시장의 이미지가 손상당한 것까지 생각하면 하이닉스가 언제 선두권에서 밀려날 지 모르는 상황이다. 또 이번 은행권의 지원에도 불구하고 하이닉스가 다시 경영난에 봉착할 경우 추가적인 지원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하는 상황이다. 돌파구의 유력한 방안으로는 역시 합병이 꼽히고 있다. 합병을 할 경우 시장지배력을 단숨에 강화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막대한 연구개발 비용도 줄일 수 있는 이점이 있다. 현재 합병방안을 놓고 여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마이크론과 인피니언의 합병설도 나오고 있지만 구체화될 지는 미지수다. 또 국내업체와의 합병설도 끊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중국업체들이 일부 생산라인을 매입하는 작업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것도 변수이다. 이밖에 하이닉스 내부에서는 자구노력의 순조로운 이행과 반도체 경기의 회복을전제로 독자적인 생존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 방안은 특히 최근 반도체 가격이 급등해 하이닉스의 현금흐름이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확산되면서 일정한 설득력을 얻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최근의 가격폭등세가 언제까지 지속되느냐 하는 것이다. 따라서 하이닉스의 향후 운명은 여전히 의문부호를 지우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처지를 감안해 구조조정특위는 하이닉스의 운명을 좌우할 다각도의 방안을 심도있게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채권단과 하이닉스가 주축이 될 구조조정특위가 하이닉스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체가 된 셈이? (서울=연합뉴스) 이우탁기자 lwt@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