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무역기구(WTO) 각료회의가 진통끝에 21세기 다자무역의 틀을 짤 뉴라운드를 출범시킨 것은 무역확대를 통한 세계경제의 회복과 더불어 수출부진으로 고전하고 있는 우리경제에도 회생의 전기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한 일이다. 뉴라운드 출범 선언문은 1백42개 회원국의 첨예한 이해관계에도 불구하고 새로운 국제무역환경을 조성해야 한다는 공통된 절박성을 반영,나름대로 균형잡힌 협상원칙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된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반덤핑협정 개정 협상에 착수키로 한 것은 큰 성과가 아닐 수 없다. 앞으로의 협상에서 규정의 명확성이나 재심절차의 투명성 등이 확보되면 수출의존도가 높은 우리경제가 당하고 있는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가 당하고 있는 수입규제의 83%가 반덤핑 피해임을 감안하면 이 협정을 개정키로 한 것은 다행한 일이다. 반면 농수산분야에서는 상당수준의 시장개방을 감내하지 않으면 안될 불리한 처지가 됐다. 특히 2003년 말 열릴 제5차 각료회의 때까지 시장개방 이행계획서를 제출토록 함에 따라 이듬해에 있을 쌀 협상이 큰 영향을 받지 않을까 걱정된다. 또 연간 7천억원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수산보조금 문제도 미국을 비롯한 '피시 프렌즈'그룹의 표적이 되고 있어 대책마련이 절실하다. 대내외 무역환경에 획기적인 변화가 불가피하게 된 이상,이제 우리도 행동방향을 보다 분명하게 정리하고 신속하게 대처하지 않으면 안된다. 뉴라운드 협상은 당장 내년 1월부터 시작해 3년안에 끝내도록 돼 있어 본격적인 협상은 이제부터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도 범 정부적으로 통상외교역량을 결집해 일사불란한 공조체제를 갖추는 일이 시급하다. 지금처럼 국가의 통상전략이나 노하우가 제대로 맥을 이을 수조차 없을 정도로 제각각이라면,있는 역량조차 발휘할 수 없다. 산업구조 개편이나 경쟁력 강화 역시 더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가 되었다. 원천적으로 경쟁력을 상실한 일부 산업을 이른바 '산업 온정주의'에 얽매여 아직도 지원하고 있다면 이번 기회에 과감히 정리해야 할 일이다. 인력 및 투자 조정을 위한 치밀한 사전 준비가 있어야함은 물론이다. 시장개방이 부담스런 분야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대외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의 체질을 감안할 때 뉴라운드 출범을 경제살리기의 기회로 활용하겠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부 기업 모두 능동적으로 신무역질서를 주도하겠다는 각오를 다져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