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장관급회담 홍순영 남측 수석대표는 14일 아침 금강산을 떠나면서 기자들에게 '미안하다'고 했다. 그는 5박6일 동안의 협상에 대해 구체적 언급을 피한 채 "'테러비상경계 조치'를 둘러싼 남북간의 인식차가 예상보다 컸다"며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회담 일정을 이틀간 연장하며 북한을 설득하기 위해 전력투구했으나 역부족이었다는 얘기다. 그러나 홍 수석대표의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운 대목은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예정된 결렬'이란 시각이 그만큼 강한 것이다. 북측은 남측의 비상경계 조치를 이유로 내세워 지난 9월에 있은 5차 장관급회담의 합의사항들을 일방적으로 무산시켰다. 이번 회담이 순탄하게 진행되지 않을 것임을 이미 예고한 것이다. 또 모든 남북회담은 '안전한' 금강산에서 가져야 한다는 주장도 계속 했다. 남측은 북측의 이런 입장을 알고서도 '회담의 연속성'을 명분으로 금강산을 찾았다. 때문에 우리측이 치밀한 대안을 제시하지 않는 한 회담결과는 뻔한 것이었다. 실제로 회담은 북측이 '비상경계 해제'란 예상된 문제를 제기,첫날부터 진통을 겪었다. 북측은 남북경협추진위 2차 회의도 '불안한' 서울에서 할 수 없다고 했다. 이산가족이 대부분 고령자란 사실을 알면서도 장시간 배를 타고가야 하는 금강산을 상봉장소로 고집했다. 이에 우리측은 "비상경계가 북측을 겨냥한 것이 아니다"는 답변만 되풀이했다. 또 '금강산 이산상봉'을 수용하는 등 저자세로 일관하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온 것이다. 간신히 합의했던 이산가족 금강산 상봉마저도 무산됐다. 회담내용이 정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남북간에 어떤 거래가 오갔는지 예측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식량지원 등 몇가지 '당근'을 제시하면 북측을 충분히 설득할 수 있다는 안이한 자세가 이런 결과를 낳았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운게 분명하다. 남북 당국은 "이번 회담에서 남북 모두 대화는 계속돼야 한다는데 인식을 같이 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정확한 대책없이 '만나서는 안될 만남'을 지속할 경우 갈등만 증폭시킨다는 현실도 일깨워준 회담이었다. 홍영식 정치부 기자 ys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