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에너지 다소비 사회'라는 점은 국민 1인당 연간 에너지 소비량에서 숨김없이 드러난다.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은 4.07TOE(석유환산t)로 일본(4.04) 영국(3.84) 독일(4.01) 대만(3.84)보다 많다.

주요국들 가운데 우리보다 1인당 에너지 소비량이 많은 나라는 미국(8.19) 프랑스(4.37) 정도에 불과하다.


1천달러의 국내총생산(GDP)을 얻기 위해 투입하는 에너지량을 나타내는 에너지 원단위(TOE/GDP 1천달러) 비교에서도 한국(0.447)은 미국(0.238) 프랑스(0.176)는 물론 일본(0.117) 영국(0.154) 독일(0.157) 등에 비해 훨씬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똑같은 규모의 GDP를 벌기 위해 그만큼 더 많은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다는 얘기다.

이처럼 우리의 에너지 소비 수준이 상당수 선진국들을 능가하는 것은 나프타를 비롯한 산업용 에너지 수요가 기본적으로 많은데 큰 원인이 있다.

석유화학 철강 등의 국가 기간산업 대부분이 에너지 다소비 업종이어서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정부는 또 에너지 원단위가 높은 것도 아직 국내 제품의 브랜드 경쟁력 등이 선진국 제품보다 떨어지기 때문에 부가가치 창출액이 적은데 따른 것으로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요인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사회 전체적으로 여전히 '에너지를 물 쓰듯' 하는 풍조가 여전한 것이 에너지 과소비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는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실제로 소득수준이 향상되고 일상 생활에서 편의성을 추구하는 분위기가 확산되면서 개개의 소비자들이 구매하는 승용차 및 가전제품이 점차 대형화하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산업자원부에 따르면 2천cc 이상의 중대형급 승용차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18.5%로 1995년의 3%에 비해 6배나 높아졌다.

또 5백리터 이상 대형 냉장고의 점유율은 95년 35.2%에서 지난해 43.8%로, 25인치 이상의 컬러TV는 46.9%에서 70.4%로 각각 뛰었다.

기술 발전으로 그동안의 자동차 연비효율과 가전제품 전력이용 효율이 크게 향상됐다곤 하지만 이같은 주요 소비재의 대형화 추세는 전력소비 급증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민 1인당 연간 전력 사용량은 98년 4천1백67Kwh에서 99년 4천5백72Kwh, 지난해 5천57Kwh로 가파른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

여름철 순간 최대 전력수요도 지난해부터 4천만kW를 넘었다.

결국 전력수요의 폭증은 매년 수조원의 돈을 발전용 연료 수입과 발전소 건설 및 유지.보수에 투입해야 하는 악순환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처럼 에너지 수요가 매년 급증하면서 에너지 수입이 전체 수입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99년 18.9%에서 지난해 23.4%로 높아져 처음으로 20%선을 넘어섰다.

올해는 국제유가 하락의 영향으로 비중이 다소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20% 아래로 내려가지는 않을 것으로 산업자원부는 내다봤다.

에너지분야 절대 수입금액 역시 95년 1백86억달러에서 96년 2백42억달러, 97년 2백71억달러, 지난해 3백76억달러 등 큰 폭의 증가세를 거듭하고 있다.

에너지를 지금보다 10%만 절약하면 1백90만명의 우리나라 전체 중학생에게 3년간 무료 급식을 제공할 수 있을 만큼 엄청난 외화를 아끼게 된다는 계산도 있다.

이동근 산자부 자원기술과장은 "국내 에너지 소비수준을 나타내는 지표가 주요 선진국들에 비해 높은 것은 기본적으로 에너지 소비가 많을 수 밖에 없는 산업구조를 갖고 있기 때문으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원유를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상황을 감안하면 모두가 에너지 이용효율을 한층 더 높이고 에너지 절약을 꾀할 수 있는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수언 기자 soo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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