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 신용등급 상향조정이라는 예기치 못한 호재에도 불구,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했다. 최근 강하게 이어졌던 외국인 주식순매수가 이미 등급 상향조정을 반영한 소재였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달러매도(숏) 플레이가 힘을 잃고 서둘러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적극적으로 나왔다. 시장 참가자들은 순매도를 보인 외국인 주식매매동향을 보고 공급 우위장세의 중단을 실감했다. 신용등급 상향 조정이 환율 하락을 이끈다는 논리는 힘을 잃었으며 오히려 수급쪽에 더욱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동안 '이유없는' 외국인의 강한 매수세에 대한 확인 작업을 끝내고 지난주 단기 급락에 따른 조정장세를 이틀째 이은 셈이 됐다. 외국에서 한국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어떻게 보는 지에 대한 검증을 일단 거칠 것으로 보이지만 약효가 더 이상 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1,290원대에 당장 진입하기는 어렵지만 소폭의 상승도 가능하다는 것. 13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원 환율은 전날보다 2.90원 오른 1,287.40원에 마감했다. 오전중 전날의 조정장세를 보이던 환율은 오후장에서 S&P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에 따라 일시적으로 급락세를 경험한 뒤 마감까지 강한 반등을 이뤘다. ◆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 1,280원대 거래 예상 = 시장 참가자들의 포지션은 일단 꼬인 상태다.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을 예상한 탓에 달러매도(숏)에 나섰던 참가자들은 외국인의 순매도 강화와 1,285원을 뚫고 올라서면서 포지션 부족에 따른 달러되사기(숏커버)가 적극 나왔다. 이같은 포지션은 일단 이월된 것으로 보여 추가적인 달러매수세를 예상케 한다. 시중은행의 한 딜러는 "최근 급락에 따른 조정장세의 연장이었으며 외국인 주식자금이 추가로 유입될 지가 관건"이라며 "신용등급 상향조절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오른 것은 시장이 달러매도초과(숏)상태였음을 방증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신용등급 약발이 약하게 하루정도는 이어질 것으로 보여 1,290원대에 올라서는 건 어려울 것"이라며 "달러매수심리가 강해졌으나 수급상 치우침이 없어 내일은 1,284∼1,289원에서 움직일 것"으로 전망했다. 외국계은행의 다른 딜러는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해외에서 어떻게 볼 지 지켜보고 방향을 정해야 할 것"이라며 "1,280원대에서 물량 소화과정을 거치고 있어 신용등급 재료보다 수급쪽에 좀 더 중시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다음날 1,285∼1,289원에서 환율이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 외국인 주식순매수의 실체 확인 = 최근 강도높게 이었졌던 외국인의 주식순매수에 대한 의구심이 S&P의 신용등급 상향조정 발표로 풀렸다. 대규모 순매도의 뒷배경에는 이같은 상향조정 기대감이 자리잡고 있었으며 이에 따라 환율은 이미 반영된 재료임을 감안했다. 또 외국인이 600억원 이상의 주식순매도에 나섬으로써 시장 참가자들은 환율 상승쪽으로 마음을 기울이고 달러 매수에 나섰다. 주식순매수가 끊겼다는 점이 순취매를 부추겼다. 지난 금요일 외국인 주식순매수분 2,288억 중 일부가 시장에 공급됐고 역외선물환(NDF)정산관련 역내 매물이 함께 환율 상승을 막기도 했다. 그러나 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과 함께 주식순매도를 강화시킨 외국인에 의해 환율은 위쪽으로 방향을 틀고 공급물량은 자리를 비웠다. 역외세력은 달러/엔의 상승과 함께 매수세를 비치기도 했으며 업체는 1,283∼1,284원에서는 결제수요를, 1,285원선에서는 네고물량을 내놓다가 환율이 급등하자 물량 출회를 뒤로 미뤘다. 달러/엔 환율은 밤새 미국 항공기 추락 소식에 크게 하락했다가 추가 테러보다 사고에 무게중심이 쏠리면서 반등, 120.51엔에 마감했다. 이날 달러/엔은 일본 닛케이지수 급락과 일본 정부의 엔 약세 유도 발언으로 크게 올라 121엔을 상향 돌파했다. 오후 5시 8분 현재 121.16엔을 기록중이다. ◆ 환율 움직임 및 기타지표 = 전날보다 0.50원 오른 1,285원에 출발한 환율은 서서히 레벨을 낮춰 전날 종가보다 낮은 수준으로 돌아서 9시 40분경 1,283.80원으로 흘렀다. 이후 추가 하락이 저지되고 반등하면서 9시 49분경 오름세로 전환, 달러/엔 상승과 함께 10시 30분경 1,285.70원까지 올랐다. 그러나 환율은 외국인 주식자금 공급으로 밀리면서 1,285원을 놓고 수급 공방을 펼친 뒤 장 막판 오름세를 강화, 1,285.40원으로 오전 거래를 마쳤다. 오전 마감가보다 0.10원 내린 1,285.30원에 거래를 재개한 환율은 오름세를 강화하며 1시 39분경 1,285.90원으로 오전중 고점을 깼다. 그러나 추가 상승에 버거운 듯 물량 공급에 의해 아래로 되밀리던 환율은 신용등급 상향조정 소식으로 2시 9분경 이날 저점인 1,283.30원까지 밀렸다. 그러나 시장심리가 진정되고 저가매수세 유입 등으로 반등을 시도, 한동안 1,294원선의 보합권에서 혼조세를 띠던 환율은 장 막판 오름세를 강화, 이날 고점인 1,287.40원까지으8?마감했다. 장중 고점은 개장가인 1,287.40원, 저점은 1,283.30원으로 변동폭은 4.10원이었다. 국내 증시의 외국인은 아흐레만에 주식순매도로 전환, 거래소에서 683억원의 매도우위를 기록해 지난 9월 24일 718억원이후 순매도 규모가 가장 컸다. S&P의 국가신용등급 상향을 계기로 외국인은 '소문에 사고 뉴스에 파는' 매매형태를 보이면서 매도를 강화했다. 최근의 강한 순매수세는 이미 신용등급 상향조정을 예상한데 따른 것으로 주가 급등 시점에서 차익실현의 욕구를 충족했다는 것이 시장 참가자들의 견해. 이날 현물 거래량은 서울외국환중개를 통해 20억3,660만달러, 한국자금중개를 통해 9억7,030만달러를 기록했다. 스왑은 각각 1억9,000달러, 3억2,160만달러가 거래됐다. 14일 기준환율은 1,285.30원으로 고시된다. 한경닷컴 이준수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