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은 3개월 전 아르헨티나 경제가 침몰 위기에 처했을 때 아르헨티나에 대한 광범위한 재정지원 계획을 아예 포기했었다. 그것은 이뤄진다 해도 헛된 노력으로 예견됐기 때문이다. 경제가 깊은 침체에 빠지고 재정적자가 심화되어감에 따라 아르헨티나 정부는 채권단에 자국의 국가부채에 대해 계약된 원리금을 깎아줄 것을 요구했다. 아르헨티나의 요구에 대해 채권단은 빚을 빨리 회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아르헨티나 정부의 요구를 정중히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채무 불이행(디폴트) 없이 순수하게 자발적 구조조정을 통해 재정적자를 막을 수 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얘기다. 또 일부 채권자들은 시간을 끌면서 법적인 대응을 통해 원래 계약대로 원금과 이자를 받아 내려는 시도를 할 것이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국제금융시장에서 아르헨티나는 더 이상 자금을 융통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국제사회는 현재 아르헨티나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건설적인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또 국제사회는 아르헨티나가 채무구조조정을 위해 채권자들과 합의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감시해야 한다. 아르헨티나인들도 정해진 스케줄에 따라 국가부채를 갚을 수 있다는 믿음을 채권단에 심어줘야 한다. 이번 아르헨티나 사태는 국제사회가 정책결정하는데 있어 세가지를 시사한다. 첫째,올해 아르헨티나의 공공부문 적자는 IMF가 추산한 60억달러와 정부가 재작성한 70억달러보다 많다는 것을 깨달아야 할 것이다. 공공부문의 적자가 눈덩이처럼 늘어 올해 아르헨티나의 전체 재정적자는 2백억달러에서 2백50억달러까지 확대될 것이다. 또 경제의 침체국면이 지속된다면 아르헨티나 정부가 계획한 대로 부채를 내년까지 1백20억∼1백50억달러 정도로 줄일 수 없을 것이다. 또 공공부문에서 신용거래 연장과 추가적인 공적 자금을 투입한다 해도 채권자들에게 빚을 갚을 수 있는 능력이 생기지는 못할 것이다. 하지만 아르헨티나 경제가 살아난다면 채권자들에 대한 변제가 서서히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원래 계약대로 모든 원리금을 채권자에게 지급하지는 못할 것이다. 둘째,아르헨티나의 현행 고정환율제인 통화위원회제도에 대해 논할 때 한가지 확실한 것은 현행 제도가 더 이상 지탱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문제는 쓸모없는 현행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또 잇단 재정적자와 자금의 해외유출은 아르헨티나의 외환보유고를 잠식하고 있다. 게다가 은행들은 점점 유동성 위기에 시달리고 있어 정부의 부채 구조조정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아르헨티나는 개인자금의 해외유출을 막고 적정선의 외환보유고를 유지해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현행 고정환율제도를 유지할 수 있고 국제 금융거래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 셋째,고정환율제도가 무너지면 아르헨티나는 달러화로 표시된 자산과 부채를 국내화폐(페소화)로 바꾸는 자유변동환율제를 시행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대략 국내재정의 3분의 2가 달러화로 표시된 상태에서 대혼란을 겪을 수 있다. 리카르도 하우스만 같은 전문가들은 진작부터 아르헨티나가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선 변동환율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르헨티나 경제는 지금 심한 위기상태에 빠져 있다. 국제사회는 아르헨티나를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제한된 자금으로 아르헨티나를 위기에서 구할 것이라는 환상은 버려야 할 것이다. 정리=권순철 기자 ikee@hankyung.com ............................................................................. ◇이 글은 마이클 무사 전 IMF 수석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영국 일간지인 파이낸셜타임스에 기고한 'Fantasy in Argentina'를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