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북쪽 무르만스크에선 겨울이 되면 오전 10시에도 캄캄하고 동지 전후 1주일 동안은 아예 해가 뜨지 않는다. 이 때문에 어린이들은 보안경을 쓴 팬티 차림으로 인공광선을 쬔다. 햇빛 부족으로 체내에서 비타민D가 생성되지 않아 뼈가 약해지거나 구루병에 걸리는 걸 예방하기 위한 조치다. 무르만스크 뿐만 아니라 일조량이 부족한 북유럽 곳곳에서는 겨울만 오면 남녀노소에 관계없이 무기력증과 식욕감퇴 혹은 과식등 심한 우울증 증세를 보이는 '계절성 정동 장애(SAD)' 환자가 늘어난다. 햇빛이 모자라면 뇌속 시상하부에서 우리 몸의 적응력을 조절하는 생체시계가 제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탓이다. 햇빛은 이처럼 사람의 신체 뿐만 아니라 정신활동에도 막대한 영향을 미친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는 최근 세계 26개 주식시장을 대상으로 햇빛과 주가의 상관관계를 조사했더니 오전 일조량과 주가 상승폭이 비례했다고 발표했거니와 이번엔 다시 미국의 건축, 교육, 환경심리학자들이 학교건물의 외적 환경, 특히 일조량이 학습효과에 상당한 영향을 준다는 내용을 내놨다. 캘리포니아의 한 학교에서 1년동안 조사했더니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았던 학생의 성적이 그늘진 자리에서 공부한 학생보다 수학은 20%,독해는 26%나 향상됐다는 것이다. 요즘 국내에선 학급당 학생수를 35명으로 줄이기 위한 학교건물 증축공사가 한창이다. 새 땅을 확보하지 못한 채 기존 부지에 지으려다 보니 건물 배치가 제대로 안돼 햇빛이 잘 들지 않는 교실이 여기저기 생긴다. 미국에선 일조량 외에도 실내온도가 23.3도 이상이면 독해력이 떨어지므로 환기를 자주 해 주고, 교실 페인트색이 뇌 활동및 스트레스 해소 등과 관련 있으므로 유의해야 한다는 등 세세한 것까지 신경쓰는 마당이다. 과수원에서도 사과가 곱게 익으려면 아래쪽까지 햇빛을 고루 받아야 한다며 바닥에 은박지를 깔아둔다. 당장 학급정원을 줄인다고 법석을 떨기에 앞서 망가질 교실환경 문제는 생각이나 해봤는지 궁금하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