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부는 대북정책과 경제개혁 다음으로 교육문제에 대해 많은 관심을 표명한다. 따라서 정부 교육정책을 둘러싼 작금의 사회적 혼돈과 불만은 김대통령에게 너무나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국민들은 경제위기에 못지 않게 교육위기에 불안해하고 정부의 교육정책,나아가 국가교육체계에 대한 신뢰를 잃어 왔다. 교사 교수 학생 등 교육주체들은 교육부 자체가 최대의 교육문제라고 비판하고 있다. "교육망국"이라는 말이 현 정부의 교육정책에 붙어 다닌다. 그 동안 일반 시민들이 개별 가족차원에서 교육에 아낌없이 투자했지만,정부는 좀체 본격적인 교육투자에 나서지 않는 가운데,한국은 전체 교육지출에 대한 사비(私費)비율이 세계에서 가장 높은 나라가 되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통계를 예로 들면,한국은 1990~95년 기간에 고등교육비의 사적 부담률이 다른 회원국들보다 월등히 앞섰다. 한국의 해당 비율은 무려 80% 가량이었고,2위인 일본의 비율도 50~60%에 그쳤다. 이처럼 한국은 공적 교육투자가 극히 미진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적 교육열에 의해 세계적 수준으로 잘 교육받은 노동인구를 형성시켰다. 올해 홍콩의 한 연구자문회사가 아시아 각국의 외국인 경영자들에게 주재 지역 노동자의 교육수준 기술 언어능력 인건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시켰을 때 한국이 1등,싱가포르가 2등,그리고 뚜렷한 격차를 두고 일본이 3등으로 나타났다. 국제통계에 의하면,전체 인구에 대한 고급과학.기술자 비율에서 한국은 대다수 서구 사회들을 앞선다. 이런 인적 기반이 있기에 세계인이 괄목하는 선진적 산업구조가 단기간에 탄생했다. 정부는 자체 교육투자에 인색했지만 교육정책 자체를 등한시하지는 않았다. 거의 모든 정권이 교육정책을 경제정책 다음으로 강조했는데,그 핵심은 입시제도였다. 자녀나 자신의 (일류)대학 진학을 인생 최대 목표로 삼는 한국인들에게 입시제도는 초미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입시제도의 공정성과 합리성에 대해서는 정부뿐 아니라 학계 언론 학부모까지 참여해 끊임없는 논란을 벌여 왔다. 이러한 사안의 심각성을 반영해 정부는 대학입시제도에 대한 구체적 결정권한을 결코 양보하려 들지 않았다. 정부는 국민들의 입시전쟁을 둘러싸고 일종의 입시경찰로서 권능을 행사해 왔다. 그러나 그 역할은 정치권 관료 전문학자들의 업적주의와 인기주의로 인해 왜곡되어 비현실적이고 무원칙하고 빈번한 입시제도 변화를 야기했다. 위정자들이 입시정책을 손쉽게 "한 건" 올릴 수 있는 정치적 사안으로 취급하는 풍토 속에서 거의 매년 바뀌는 입시제도를 이해하고 대처하느라 학생 교사 학부모들은 고문당하는 느낌을 갖고 산다. 여유소득을 활용해 국가를 대신한 교육투자에 나서는 국민들을 거의 "행정폭력"이나 다름없는 조령모개식 입시제도가 분개시킨다. 이러한 고통도 자녀교육 자체를 아예 포기해야 할 지경에 이른 서민층의 비통에는 비견할 수 없다. 경제성장의 과실을 공평하게 향유하지 못하고,경제위기의 고통만 집중적으로 겪은 수많은 빈곤 가정들로서는 자녀의 과외공부는 커녕 정상적 학교수업도 시키기 어렵다. 중.고,심지어 초등학교까지도 경제위기와 가정해체의 결과로 급증한 일탈 청소년과 아동의 관리에 비상이 걸렸다. 이들 불우학생들에게 입시위주 교육체계는 심각한 스트레스 가중요인일 뿐이며,마땅한 대안이 없는 교사들은 속수무책으로 교실붕괴를 목도하고 있다. 이러한 현실을 감안할 때,국가의 교육정책 방향은 당연히 관료적 통제주의를 없애고 정부투자를 획기적으로 늘리는 것이어야 한다. 자체적인 교육관도 불안정하고 불완전한 관료조직이 입시경찰로서 권력이나 과잉 행사하려 드는 이 현상은 없어져야 한다. 그리고 국가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등교육 투자뿐 아니라 국민통합을 유지하기 위한 빈곤층 자녀교육 지원을 본격적으로 시작해야 한다. 최근 정부도 이러한 문제의식에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하지만 실제 진지한 실천이 이루어지도록 감시하고 질책하는 것은 국민 모두의 몫이다. changks@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