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이 아닌 지도자'를 뽑아달라는 선거구호.5천만달러(우리돈 약 6백억원)가 넘는 선거자금.3선까지 고려했던 인기절정인 줄리아니 현 시장의 지원.억만장자 기업인 마이클 블룸버그는 이 세가지 무기를 가지고 미국에서 대통령 다음으로 어렵다는 정치적 자리인 뉴욕시장에 당선됐다. 공화당 후보에서 당선자 신분으로 바뀐 블룸버그는 선거구호대로 정치인보다 지도자에 걸맞은 행보를 하고 있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거대기업을 경영했던 '최고경영자(CEO)'의 모습이다. 뉴욕타임스는 그런 그를 '뉴욕시의 CEO'라고 표현하고 있다. 블룸버그는 당선된 바로 다음날 노조를 찾았다. 규모면에서 양대 노조인 공무원노조와 교원노조를 방문했고 가장 강성으로 소문난 건강 및 인력서비스노조를 직접 찾아갔다. 한국에서도 그렇듯 CEO로 임명되면 가장 먼저 노조를 찾아 협조를 구하는 경영자의 업무스타일이다. 각 노조는 블룸버그가 운영하는 회사에 노조가 없다는 이유로 선거때 블룸버그에 반대했다. 하지만 '당선자'를 아주 정중히 맞았다. 건물밖까지 나와 마중하는 예우도 갖췄다. 당선자가 첫 공식방문지로 노조를 선택했다는 것과 줄리아니 현시장이 8년 재임기간 한번도 노조를 찾지 않았다는 점에서 너무나 대조되는 탓이다. 물론 블룸버그의 노조방문은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25억~40억달러로 추산되는 시의 재정적자문제를 해결하는데 노조협조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블룸버그는 "나는 대화를 좋아하고 마음이 열려있는 사람"이라고 소개했고 노조측은 그의 대화노력을 높이 사는 분위기였다. 그는 당선확정 후 첫 식사를 화려한 축하연 대신 조그만 식당에서 히스패닉 지도자와 함께 했다. 다음날 저녁엔 흑인지도자들의 만찬모임에 전격 참석했다. 남미출신들인 히스패닉과 흑인은 전통적으로 민주당 지지자들이다. 테러사태에 멍들어 있는 뉴욕시민들은 일단 블룸버그의 행보에 신선함을 느끼고 있다. 기업인 출신이 과연 잘할수 있을까 하는 우려도 점점 기대로 바뀌는 것 같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