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그렇게 안다. CF는 CF감독이 만든다고 말이다. 물론 맞다. CF를 CF감독이 안 만들면 누가 만들겠는가. 하지만 한편의 CF를 만들기 위해 감독 말고도 수많은 사람들이 "울었음"을 알리고 싶다. 일반인들이 CF만드는 과정을 볼 기회는 TV연예프로그램이 전부일 것이다. 거기에선 연기자와 교감하는 감독의 활약이 CF를 만드는 전부로 비쳐지게 마련이다. 광고가 히트하면 온갖 스포트라이트는 감독을 향해 집중적으로 쏟아진다. 광고대행사 스텝들과 광고주 담당자들은 가끔씩 허탈함을 느끼게 된다. 유명 CF감독의 이름이 널리 알려지는 동안 인상적인 스토리를 기획하고 카피를 쓴 사람은 잊혀질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언젠가 우리 팀에서 만든 CF를 연출한 감독에 대한 기사가 대서특필된 적이 있다. 후배들의 하소연."이 광고 X감독이 혼자 만든 것 같아요"그 기사만 보면 정말 그랬다. 기획,스토리,카피까지 죄다 감독이 주름잡았다. CF는 그 시작이 대행사다. 기획팀이 CF의 총체적인 방향을 잡고,제작팀이 스토리와 카피,모델등을 "짜치게"고민한다. 드디어 콘티가 나오면 광고주의 합의를 받는다. 그런후 적임의 감독을 선정하고 감독은 촬영용 콘티를 만들어 대행사와 합의한다. 그리고 실제제작이 시작된다. CF는 광고주와 광고대행사 기획팀및 제작팀,그리고 감독을 포함한 프로덕션이 함께 빚어내는 조화로운 합주다. "똑같이 광고하고 똑같이 고생하는데"라며 쓸쓸하게 웃어버리는 후배에게 "원래 그런 거지 뭐"라고 넘어가기엔 안타까운 심정을 떨칠 수 없다. 그리하여 알릴 건 알려야겠다는 생각도 드는 것이다. CF감독의 비중과 역할을 부정하고 싶은 생각은 한치도 없다. 하지만 감독의 등장에 앞서 길을 닦은 사람들 모두모두가 "감독"이라 이름 붙일 만큼 전문적인 일들을 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시는 독자 여러분,베일에 가려 있는 광고쟁이들도 좀 "멋지게" 보아 주시라. < 제일기획 안해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