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지난주 정부안에서 2천4백억원 삭감한 1조6천4백40억원 규모의 2차 추가경정예산안을 통과시켰다. 본인은 재정전문가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경예산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이것이 경제살리기에 목적을 두었을 때는 경제를 공부한 모든 사람들의 일이기 때문이다. 미국에서는 경제를 살리기 위해 일반적으로 재정지출을 늘리는 것보다 감세정책을 선호하는 것이 근래의 경향이다. 특히 부시 공화당정부가 출범하고 난 이후 앞으로 10년에 걸쳐 1조달러에 달하는 감세안을 통과시킨바 있다. 멀리는 레이건 행정부가 막대한 재정적자에도 불구하고 세율을 30% 일률적으로 삭감해 오늘날 미국경제의 활성화와 경쟁력 강화에 결정적 역할을 한 사례가 있다. 경기활성화를 위해 재정확대가 좋으냐,감세가 더 좋으냐는 거시경제의 오랜 이슈다. 그리고 이 견해의 차이가 바로 케인시언과 신고전학파를 구별 짓는 이슈가 되었고,또한 미국 민주당과 공화당 정책의 가장 큰 차별성을 만드는 이슈이기도 하다. 재정확대나 감세 모두 균형재정을 희생시키고 재정적자를 초래한다는 점에서 '최선의 정책'이라기보다 '경기회복'이라는 더 큰 우선순위를 위한 차선의 정책이다. 재정확대와 감세는 어떤 차이가 있는가. 원론적인 차원에서 모두 경기회복에 기여한다는 점에서는 같다. 그러나 재정확대는 적어도 세가지 점에서 감세와 다른 효과를 가져온다. 첫째,재정확대는 정부부문의 확대이고 감세는 민간부문의 확대다. 재정의 확대는 재원이 세금의 증가든 국채발행이든 궁극적으로 국민부담을 더 가중시키고,민간이 써야 할 자금을 구축(驅逐)한다. 그래서 정부가 굳이 재정을 확대해야 한다면 민간보다 더 효율적인 곳에 투자해야 소기의 성과가 있는데,정부가 더 효율적인지에 대해서는 이미 경제학에서 오래 전에 판정을 내린바 있다. 둘째,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결국 공급주의 발상이다. 수요기반을 고려하지 않은 공급의 확대,즉 주택건설이나 인프라 구축 등이 다 결국은 더 많은 문제를 야기시킨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95%로 거의 주택수요가 임계치에 와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는 1만개나 되는데 그중 연간 1건도 수주 못하는 업체가 50%가 넘는다고 한다. 이러한 건설업체의 일감을 만들어 주기 위한 주택경기부양은 주택가수요를 부채질해 주택소비자들의 무리한 주택확대를 통한 가계부채를 확대시키거나,미분양으로 몇년 후 건설업체들의 연쇄부도나 구제금융사태로 연결된다. 셋째,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특정부문중심이어서 국민경제 전반에 대한 파급효과가 약하다. 특히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상황에서 재정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은 그 파급효과가 확대되기 힘들다. 정부가 재정지출하는 것은 결국 특정 건설부문이나 인프라부문이다. 이것은 과거 하드웨어 중심의 경제에서는 파급효과가 그나마 크지만,소프트웨어를 지향하는 경제에서는 효과가 크지도 않고 바람직스럽지도 않다. 한편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은 가처분소득증가→소비증가→투자확대로 연결되기 때문에 국민 모두의 소득 기반을 확대시켜 선순환적 부양효과가 지속적이면서 전반적으로 파급된다. 그리고 세율을 일률적으로 인하하면 국민 모두에게 공평하게 혜택이 돌아간다. 또한 감세는 민간부문이 주도적으로 투자 및 소비결정을 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높다. 미국이 레이건 행정부 때 과감히 감세를 하여 단기적으로 재정적자가 더 확대됐지만,결국 민간부문을 활성화시켜 오히려 오늘날 재정흑자를 누리게 된 것과 대비가 된다. 우리는 선진국의 실패한 사례만 귀감으로 삼고 있다. 감세를 통한 경기부양은 효과가 간접적이고 금방 나타나지 않기 때문에 단기적 실적을 선호하는 정부가 선택하기에는 매력이 없는 정책이다. 그렇지만 더욱 지속적이고 궁극적인 효과성이 높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쉬운 재정확대를 모색하는 것은 결국 이것 또한 단기효과를 선호하는 정부주도적 의사결정방식의 결과이기 때문이라고 본다. yslee@kiet.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