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민주당 총재직 전격 사퇴는 정치권뿐만 아니라 앞으로 국정운영 전반에 걸쳐 큰 영향을 미칠 중대한 결단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그동안 민주당의 내분사태가 대통령이 나서서 수습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과열됐던 것은 사실이지만 임기를 1년3개월이나 남겨놓은 시점에서,그것도 여당 대선후보가 결정되지도 않은 마당에 대통령이 여당총재직을 떠나는 초유의 일이 벌어진 것은 정치권 차원을 넘어 대다수 국민들에게 적잖이 당황스런 사태가 아닐 수 없다. 김 대통령의 이번 결단이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하더라도 대통령이 임기말만 되면 집권여당의 총재직을 버려야 하는게 관례처럼 돼버렸다는 것은 대통령중심제나 책임있는 정당정치의 본뜻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에서 결코 바람직한 일은 아니라는 것이 우리의 판단이다.특히 이번의 경우는 총재직을 이양받을 준비조차 전혀 돼있지 않은 상황에서 당 내분에 책임을 지고 총재직을 물러나는 형식을 띠고 있어 여권내 힘의 공백상태는 물론 정국전반에 상당한 혼선이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김 대통령의 총재직 사퇴로 우선 당장은 집권당내 대선후보들의 역학구도 변화 등 정치적 파장이 관심거리가 되겠지만 보다 큰 우리의 관심사는 지금의 정치적 혼란이 국정혼란으로 연결되는 것을 어떻게 차단하느냐 하는 것이다. 특히 최대의 현안인 경제회복에 악영향을 미쳐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김 대통령이 총재직을 내놓음으로써 민주당과 정부의 연계고리가 느슨해져 원만한 국정운영에 필수적인 당정협조는 약화될 수밖에 없게 됐다. 특히 여소야대의 의석분포를 감안할 때 대통령이 당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지 못하거나 집권여당이 정부에 대한 영향력을 잃는다는 것은 막바로 국정의 누수현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공직사회마저 여야의 특정 대선주자에 대한 줄서기 현상 등으로 동요한다면 그야말로 큰일이다. 김 대통령도 총재퇴임의 변에서 지적했듯이 지금은 초긴장의 국제정세와 경제악화에 대처하는데 온 힘을 모아야 할 때다. 행정부 수반인 대통령이 정치적 중립을 견지할 수 있게 됨에 따라 행정부가 여야의 벽을 넘어 경제회복과 예산처리 등 중요한 정책을 다룸에 있어 야당과도 긴밀히 협의할 공간이 생겼다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다. 민주당은 대통령의 총재직 이양을 계기로 책임있는 집권당으로 거듭나야 하며 한나라당은 거대야당의 위상에 걸맞은 아량으로 국정운영에 적극 협조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