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법무부와 함께 소송을 제기했던 원고측 18개 주정부가 법무부와 마이크로소프트(MS)사 간의 타협안을 두고 서로 갈리고 있다. 캘리포니아주를 비롯한 몇몇 주는 반대를 분명히 하고 나섰다. 이런 흐름은 물론 타협안의 일부 수정이나 지체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대세적인 타협 국면을 완전히 뒤흔들 것으로 보는 이는 많지 않다. 적어도 미국의 경제사정이라든지,이미 발매된 윈도 XP에 대한 기대라는 제약조건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도대체 MS는 운이 좋은 것인가,머리가 좋은 것인가. 10여년에 걸친 정부와의 게임을 되돌아 보면 MS가 전략적 게임에 능하다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지난 94년 미 법무부와의 합의로 불공정행위를 시정하겠다고 약속했지만,인터넷 환경이 도래하자 이를 놓치지 않았다. 윈도95 발매,인터넷 익스플로러 3.0 무료배포로 도박을 걸었고 합의위반으로 제소를 당했지만,시장에서 얻을 건 이미 다 얻은 뒤였다. 이후 법원의 시정명령으로 궁지에 몰리는가 싶더니 98년에는 윈도98이라는 카드로 이를 돌파했다. 당시 소비자들이 애타게 기다린다는 점을 부각시켜 법원 쟁점을 지나간 일로 돌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MS는 모두가 목을 맨다는 윈도XP를 절묘하게 활용,정부나 법원이 마치 혁신 선두주자의 발목을 잡는 것처럼 몰고 가는데 성공한 듯 싶다. 이처럼 기술발전과 법 간의 시차가 해소되지 않는한 MS는 정부와의 양자간 게임에서 항상 유리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게임의 양자 구도가 언제까지 지속될 수 있을까. 소비자의 불만은 알게 모르게 높아가고 있다. 더 이상 무시못할 리눅스,MS의 카드를 읽고 있는 AOL이나 선마이크로시스템스 등 경쟁사들, 그리고 오늘의 MS를 있게 했지만 반MS 공동전선 구축에 나선 IBM 등도 큰 변수다. 어느 순간 이런 변화가 임계점에 이른다면 게임의 판도는 완전히 달라질 수 있고,원점으로 되돌리기도 어렵다. MS가 정작 직시해야 할 것은 바로 이것이 아닐까. 안현실 전문위원·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