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6년 레드 삭스에서 누가 2루수로 뛰었습니까" "그 해 월드 시리즈 결승전에서 공을 홈으로 던지는데 너무 늑장을 부린 사람은 누구죠" 이는 잭 웰치가 GE 회장 시절 홍보담당 임원으로 조이스 헤르겐한을 스카우트하면서 던진 질문이다. 그는 자서전에서 그녀가 스포츠광임을 사전 파악하긴 했지만 업무와 관련 없는 야구에 대해서도 망설임 없이 답변하는데 더욱 호감을 갖게 됐다고 회고한 바 있다. 미국인에게 야구는 삶의 일부로 수십년 전 월드 시리즈의 한 장면까지 기억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야구는 묘한 매력을 지녔다. 단체경기지만 야구만큼 개인기록을 따지는 게임이 없고 일탈을 꿈꾸는 현대인에게 더이상 어울리는 경기가 없다. 다른 운동이라면 파울일 홈런이 최고로 존중받고,비신사적 행위라 할 수 있는 스틸이 허용되는가 하면 번트가 조미료 구실도 한다. 다른 종목은 직접 뛰어야 재미가 있지만 야구는 보면서 즐기는데도 그저 그만이다. 야구팬들은 감독이 무색할 정도로 다양한 작전을 구사하면서 게임을 즐긴다. 게다가 광고 전성시대인 요즈음 야구는 9회까지 공수교대로 광고를 부담없이 삽입할 수 있어 라디오나 TV중계에도 가장 적합하다. 전후반이던 농구가 근년에 4쿼터로 바뀐 것도 광고확대와 무관치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왕년의 무하마드 알리와 소니 리스턴의 권투처럼 1회전 KO로 시합이 일찍 끝나 광고료 시비에 휩싸일 걱정도 없다. 김병현 선수로 인해 더욱 우리의 관심을 모은 올해 월드 시리즈가 '방울뱀'의 승리로 막을 내렸다. 한번의 역전 홈런과 동점 홈런을 허용,지옥과 천당을 오고 간 김병현은 결과적으로 월드 시리즈를 7차전까지 연장시킨 흥행대박의 영웅이 된 셈이다. 그는 "야구는 9회말 투아웃부터라는 말을 다시 한번 절감했다" "혼자 야구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그런 생각을 버렸다"고 밝혔다. 김 선수는 큰 무대에서 극한의 경험을 했기에 내년엔 더욱 성숙된 모습으로 거듭날 것을 기대해 본다. 양정진 논설위원 yang2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