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주)는 생명과학 사업을 21세기 그룹의 주력사업으로 키우기로 했다. 당분간은 에너지.화학과 IT(정보기술)를 중심축으로 삼아 그룹을 이끌어가 되 그 뒤엔 생명과학을 성장의 원동력으로 삼는다는 계획이다. 손길승 SK회장은 지난달 서울대 경영대학이 주최한 "한국기업사 심포지엄"에서 "생명과학을 그룹의 장기 핵심사업으로 선정했다"며 "2010년까지는 생명과학 사업의 기반을 확충하고 2030년에는 생명과학을 핵심사업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SK는 이미 생명과학사업의 토대 마련에 들어갔으며 적지않은 성과도 거두고 있다. 이 회사는 지난 89년 미국 뉴저지에 신약개발사업부를 설치했다. 이 연구소가 중심이 돼 중추신경계 신약인 간질치료제와 우울증 치료제를 개발해 미국 존슨앤존슨사에 관련기술을 판매했다. 초기 기술료만 각각 3천9백만달러와 4천9백만달러에 달한다. 중추신경계 신약은 오는 2005년께 미국 FDA(식품의약국)의 승인을 받을 계획이어서 신약판매가 본격화되면 연간 2백억원이 넘는 추가 로열티 수입이 기대되고 있다. SK는 신약개발과 바이오벤처 육성을 양대축으로 생명과학 사업을 확장해나가고 있다. 이를 위해 바이오사업에 2005년까지 매년 1천억원 이상,최대 1조원을 투자키로 했다. 현재 진행중인 대표적인 신약사업은 한방생약을 활용해 표적단백질(특정 질병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을 발굴하는 "곰(GOM) 프로젝트".한방에서 약효가 인정되는 생약성분을 추출해 유전자에 투입,세포의 변이 등을 관찰해 해당유전자의 기능을 알아내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우선 뇌졸중 치료제와 항암제를 개발하는데 주력할 계획이다. 이미 지난 9월 기존의 화학물질 대신에 생약성분으로도 폐암 세포 등과 관련된 핵심 유전자를 찾는데 성공,예비검증을 마친 상태다. 생약으로도 암을 치료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곰프로젝트의 성공가능성을 한층 높인 것이다. SK는 올해초 곰프로젝트를 위해 그린텍21 지노첵 제노마인 프로테옴텍 이즈텍 등 5개 바이오 벤처기업과 "곰 벤처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이 프로젝트에 이미 10여억원을 투자했으며 내년 6월까지 약 50억원을 추가로 투입해 다양한 암질환 및 뇌질환에 대한 사업타당성을 확인한 후 본격적인 사업을 벌일 방침이다. SK는 국내는 물론 중국에서도 생약을 들여와 본격적인 표적단백질 발굴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 전문연구기관과 공동 연구체제를 갖추고 한의학 및 서양의약을 담당하는 전문의를 포함한 국내외 전문가들로 기술자문위원단도 구성키로 했다. SK 또 바이오벤처 육성을 위해 지난 99년말 사내 라이프사이언스팀을 발족시켰다. 10월말 현재까지 제넥셀(초파리 유전자연구) 제넨메드(암관련백신) 에이시티코리아(복제관련연구) 등 21개 국내 바이오벤처에 2백50억원을 투자했다. 라이프사이언스팀에는 투자를 요청하는 바이오벤처들이 몰려 한달에 10~15건씩의 문의가 들어오고 있다고 SK관계자는 전했다. SK는 충남 대덕기술원의 창업보육센터와 미국 현지의 신약연구개발센터내 벤처 인큐베이팅센터를 통해서도 바이오벤처에 투자하고 있다. 이 회사 이영근 사업개발부문장(상무)은 "바이오산업을 SK그룹의 새로운 축으로 키우기 위해 기술력과 잠재력이 있는 바이오벤처에 대해선 적극적으로 투자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손희식 기자 hssoh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