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주의 철학자 베이컨은 진실한 앎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우상을 타파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물론 그가 말하는 우상은 일반적으로 말하는 우상과는 다른 것이다. 베이컨의 우상은 '편견'이나 '선입견'을 뜻하는 은유적인 표현이다. 그에 의하면 우상은 웬만한 노력으로는 빠져 나오기 힘든 함정이며,마음 먹은 대로 두었다 치웠다 할 수 없는 것이라고 했다. 벤처기업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각도 이러한 '우상'의 함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 않나 여겨진다. 한때 벤처기업은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로 인식되기도 했다. 그러다 최근 머니게임 등에 빠져 급기야는 사회적 문제를 야기한 몇몇 사례들이 발생하면서 벤처는 신경제를 이끌어 나갈 주역의 위치에서 사회적 지탄의 대상으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예를 들어 정현준씨나 이용호씨 관련 사건을 보자.벤처업계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해서 우선 벤처스캔들로 치부하고 만다. 이들은 벤처인이기 이전에 자연인이다. 이들이 벤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수행했거나 벤처업계를 대표하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도 벤처스캔들로 몰아붙이는 바람에 진정한 벤처인들까지 불법적이고 파렴치한 사람들로 인식되기에 이르렀다. 어떤 사람들은 억울하다 못해 기업할 의욕이 떨어지고 맥이 풀린다고도 한다. 문제를 일으킨 장본인들은 벤처기업인을 가장한 사람에 불과하지,진정한 벤처인은 아니다. 이들을 보고 모든 벤처기업인이 그런양 여긴다면 이것은 우리 사회의 몰이해와 몰애정에서 비롯한 또 하나의 왜곡이며 오류다. 벤처인은 어느 누구보다 때묻지 않고 순수한 사업마인드를 지니고 있는 가장 자본주의적인 사람들이다. 대부분의 벤처기업인은 지금도 하얗게 밤을 새우면서 연구에 몰두하고 있고,첨단기술을 바탕으로 신제품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 밤낮으로 일에 매달려 식사를 제때에 하지 못하는 것은 물론 결혼 적령기까지 놓친 사람도 수없이 많다. 그 결과 벤처기업은 지난 몇년 동안 일반기업에 비해 뛰어난 경영성과를 보이며 생산 고용 수출 기술혁신에 크게 기여했다. 대기업 중심의 독과점 시장구조를 개선시키면서 금융시장구조를 간접금융방식에서 직접금융방식으로 바꾸었다. 기술혁신을 통해 국내 증권시장은 물론 미국에 진출해 나스닥에도 상장했다. 또 우수한 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 자극과 활력을 불어 넣고 새로운 시장과 기회를 만들어 지식정보시대의 기업모델로 평가받았다. 끊임없이 역동적인 모습으로 새로운 산업메커니즘을 만들어 가는 것이 오늘날 벤처의 모습이며 본질이다. 21세기 지식사회에서 정보통신이나 인터넷이 새로운 산업기반으로 부상할 때 벤처의 역할은 막강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벤처산업이 주력산업으로 등장하는 것은 물론 벤처정신이 기업경영 방식이나 기업가 정신을 리드할 것이다. 이처럼 벤처가 새 시대의 중심에 자리매김할 때 그 결과는 어떻게 될까. 벤처분야에서 우리는 일본을 앞지르면서 미국을 좇고 있다. 지금까지 40여년의 경제개발 역사를 뒤돌아 볼 때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기에는 역부족이었다. 그러나 벤처는 다르다. 벤처에 관한 한 우리는 희망이 있는 것이다. 지난 10년간 일본경제의 부진은 일반 제조업 중심의 산업사회가 벤처로 제대로 진전하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일본경제의 벤처화 없이는 일본경제의 재도약은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처럼 벤처에 가까이 다가서지 않고는 어느 나라도 신경제의 장래를 보장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벤처는 우리의 희망이요, 장차의 대안이다. 그만큼 소중하기 때문에 여기에 거는 기대도 크다. 따라서 벤처는 우리 모두가 잘 가꿔 나가야 할 우리의 꿈이다. 아직 어리디 어린 벤처를 두고 주변의 작은 잘못을 들추면서 벤처 전체에 대해 매질을 가하거나 희망이 없다고 하는 것은 삼가야 한다. 애정을 듬뿍 담아 정성스럽게 키워나가야 할 값진 보배가 바로 벤처다. 우리 모두 벤처에 대한 우상을 타파하자.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