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워싱턴DC 인근에 있는 핸디소프트 미국법인을 다녀왔다. 미국 진출 4년여만에 신제품을 개발,현지의 공공기관이나 기업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제품을 소개하는 행사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핸디소프트는 일찍 미국시장에 진출해 꽤 기반을 잡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는 회사다. 반면에 막대한 투자를 했지만 성과는 미미하다는 소리도 들리고 있다. 그래서 핸디소프트의 미국 비즈니스 실상을 직접 들어보고 싶어 '탄저균이 우글대는' 워싱턴DC로 날아갔다. 버지니아주 하이테크기업 밀집 지역에 있는 한·미과학협력재단 건물에 큼지막하게 붙은 회사 간판을 보니 무척 반가웠다.미국서 현대자동차 삼성전자 LG전자 등 대기업을 제외하고 독립 건물에 대형 간판을 내건 것은 처음 봤기 때문이다. 제품 설명회 역시 성황이었다. 70여명을 넘는 참가자들이 깊은 관심을 보였다. "업무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높일 수 있어 요즘 같은 불황 때 꼭 필요한 제품"(존스앤드존슨 도널드 뮬러 이사)이란 칭찬도 받았다. 그러나 갈 길은 멀다.아직 '한국적인 것'이 많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미국시장 공략의 제1원칙인 '철저한 현지화'가 덜 됐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게 회사이름이다. "미국인들에게 '핸디소프트에서 일한다'고 하면 '비누 회사냐'고 묻는다"(육상균 대표)는 것이다. 심지어 성(性)에 관련된 연상을 하는 사람들도 드물지 않다고 한다. '핸디'(handy)의 뜻은 영영사전을 보면 'skillful in using one's hands,readily accessible,useful, easy to use' 등으로 설명돼 있다. 한마디로 하면 좋은 의미이다. 미국인들은 이 단어의 의미를 사전에도 없는 엉뚱한 것으로 해석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것은 엄연한 미국의 '현실'이고 한국기업이 미국시장에서 비즈니스를 할 때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환경'이다. 미국시장에 진출한 한국 벤처기업은 거대한 자본과 탄탄한 네트워크를 가진 세계적 기업들과 경쟁하는 것도 힘겨운 실정인데 이런 엉뚱한 문제까지 풀어야 한다니….한국 벤처의 '미국행(行)'이 이래저래 험난함을 다시 한번 확인한 출장이었다. 실리콘밸리=정건수 특파원 ks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