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5일부터 브루나이에서 '아세안+3 정상회의'가 열린다.

아세안,즉 동남아국가연합의 10개 회원국과 한국 중국 일본 등 13개국 정상들이 모여 동아시아 지역의 정치 경제 협력증진을 논의한다.

아세안은 동남아 지역의 안보협력과 무역 및 투자자유화를 통해 역내 공동번영과 안전보장을 지향하는 지역협력기구인데 한·중·일 3국은 옵서버 자격으로 초청받아 동남아와 동북아시아의 협력방안을 강구하게 된 것이다.

올 회의는 미국 주도 다국적군이 '9·11 테러'응징을 위해 아프가니스탄에 대한 공격이 감행되고 있고,세계경기의 동반하락 와중에 중국을 제외한 동아시아국가들이 심각한 경기침체를 겪고 있는 시기에 열리기 때문에 그 의의가 크다.

특히 이 자리에는 아시아 국가들만 참석하기 때문에 회의 결과가 더욱 주목된다.

아세안 회원국인 인도네시아는 인구기준으로 세계최대의 회교국가이고,말레이시아 또한 회교도들이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이들은 테러에 대해서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표시하고 있으나,반테러전쟁의 참여에 대해서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따라서 이번 회의에서 테러근절을 위한 합의가 어느 수준까지 이루어질 것인지 관심을 끈다.

지난 10월29일 홍콩에서 열린 동아시아경제포럼에서 필리핀의 아로요 대통령은 '미국 세계무역센터 테러 공격은 회교와 아무런 관련이 없고,당연히 응징되어야 하는 악의 소행'이라고 단정했다.

그러나 악의 근절은 응징만으로는 불충분하며,빈곤의 해소와 소외계층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제4차 WTO 각료회의를 불과 5일 앞두고 열리는 이번 회의에서 동아시아 지도자들이 뉴라운드의 출범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표명하느냐는 매우 중요하다.

이들이 개도국의 관심사항인 무역과 경제개발의 연계강화 및 자유화이행능력의 배양에 무게를 둔다면,카타르의 도하 회의에서 선진국과 개도국간 의견조율 부담은 더욱 커지게 된다.

특히 WTO 가입이 확실시 되는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 것인가를 엿볼 수 있는 기회라는 의미도 있다.

이번 회의의 최대 관심사는 '동아시아공동체'형성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는 문제다.

2년 전의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은 동아시아비전그룹의 설치를 제안해 합의를 도출해 냈으며,각국에서 2명씩 선정된 비전그룹회원들은 지난 2년간의 토의 끝에 동아시아공동체 형성이라는 장기비전 하에 동아시아 자유무역지대 설치와 동아시아 금융협력기구설치 등의 구체적인 정책건의를 작성했다.

또 이를 위한 제도적 장치로서 현재의 아세안+3 정상회의를 동아시아 정상회의로 승격시킬 것을 건의했다.

3년 전 아시아 외환위기는 역내 금융협력의 필요성을 절감케 했으며,그 구체적 성과로서 동아시아국가들의 중앙은행은 외환위기 때 보유외환을 서로 빌려주는 '통화스와프협정'을 체결하고 있다.

작년 이래 미국을 비롯한 세계경기 둔화와 테러공격 이후의 경기 침체는 특히 동아시아지역에 가장 심각한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수출주도 성장전략의 채택과 역내 자유무역협정의 미비로 인해 수출의존도가 높은 반면,역내 무역의존도는 낮아 세계경기 침체에 취약성을 노정하고 있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동아시아국가들도 EU와 FTAA(미주자유무역지대)에 대응하는 역내 무역체제를 구축할 필요성이 있다.

동아시아 지역은 경제발전단계의 격차,역사적 갈등요인의 잔존,사회·문화적 이질성 등 경제통합의 저해요인이 많은 게 사실이지만,이는 역으로 경제통합의 당위성과 시급성을 더해주는 것이다.

이번 회의에서 참가국 정상들은 모든 장애요인을 극복하고 동아시아인들의 역량을 결집시키는 정치적 지도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한·중·일 3국 정상은 별도 모임을 갖고 동북아협력을 논의할 것이다.

이들 3국은 한국의 주도하에 지난 1년 동안 무역 확대방안을 공동 연구했는바,그 결과가 구체적인 형태로 3국 정상간 합의되어 새로운 동북아시대가 열리기를 기대해 본다.

ktlee@kiep.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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