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HE WALL STREET JOURNAL 본사 독점전재 ] 미국 경제와 주식시장이 '9·11테러'발생 이전에 안정화되고 조금씩 회복기미를 보였다는 판단이 옳았는지의 여부는 확실치 않다. 하지만 현재는 모든 것이 9·11테러 이전보다 낮은 수준에서 출발하고 있다. 미국의 10월 소비자신뢰지수가 7년반만의 최저수준인 85.5로 떨어진 것이 이를 말해준다. 문제는 방향이 어느 쪽인가이다. 많은 이코노미스트들은 미국은 물론 세계경제가 장기간 지속될 경기하강 추세에 접어들고 있다고 말한다. 소비심리 위축으로 수요가 줄어들고 기업수익이 지속적으로 악화될 것으로 전망한다. 증시약세가 지속되면서 자산가치가 감소하고 이것이 다시 수요둔화로 연결되는 이른바 '경기악순환'이 고착화될 것으로 우려한다. 심지어 미국이 일본스타일의 자산버블 붕괴현상을 경험할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일본인들은 리스크가 높은 주식보다는 저축을 선호한다. 미국가계의 자산대비 평균 주식투자비중은 35%인 반면 일본은 6.5%에 불과하다. 정부주도의 일본경제가 미국보다 리스크에 잘 대비할 수 있는 면도 있다. 하지만 미국경제가 이처럼 암울하다는 전망에 동의하기 어렵다. 이는 몇가지 근거가 있기 때문이다. 첫째, 미국가계는 여전히 건전하다. 최근의 증시급락에도 불구,국내총생산(GDP)대비 미국가계의 자산총액 비중은 일본보다 훨씬 높다. GDP대비 부채비율도 미국가정이 일본보다 여전히 낮다. 미국가계의 총자산은 지난해 3월이후 주가하락으로 3조4천억달러가 줄었지만 주식외 부문에서는 1조3천억달러가 늘어났다. 지난 6월말 현재 미국가계의 총자산은 48조달러로 뉴욕증시가 사상최고치로 치솟았던 지난해 3월 50조달러보다 불과 4%정도 줄어들었다. 미국의 실업률은 비교적 안정됐고 실질적인 개인처분소득은 3%정도 늘어났다. 부시 행정부의 세금환급으로 4백억달러 정도가 미국 가정으로 들어간다. 이 것만으로도 가계소득 감소가 소비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역(逆)자산효과'를 절반은 상쇄시킬 수 있다. 7백50억∼1천억달러 규모의 추가감세도 이어질 전망이다. 둘째, 과잉투자도 미국과 일본을 차별화시키는 요소다. 미국은 일본과 같은 형태의 '버블경제'를 만들지 않았다. 일본의 버블은 과도한 차입에 의한 부동산투자가 핵심 원인이었다. 반면 미국에선 무모한 부동산열기가 없었다. 물론 하이테크분야는 과잉투자된 면이 없지 않다. 하지만 미국의 첨단산업 투자는 일본의 부동산투자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안겨다 주었다. 셋째, 미국은 경기침체에서 빨리 회복할 수 있는 2개의 '카드'가 있다. 하나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추가 금리인하 여력이다. FRB는 추가로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할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실질금리가 제로(0)이하로 떨어져 소비를 촉진할 수 있다. 일본은행은 이미 금리가 제로상태여서 금리카드를 쓸 여지가 없다. 또 하나는 GDP대비 2%수준인 재정흑자다. 이는 필요시 부시 행정부가 재정지출을 통해 경기부양에 나설 수 있음을 의미한다. 9·11테러 이후 미국의 경제상황이 더 악화되고 있지만 버블붕괴후 10년 이상 경기둔화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을 답습할 가능성은 없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 ◇이 글은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에 실린 'America's Economy:Headed for Disaster?'라는 칼럼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