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단이 진통 끝에 신규 자금지원을 포함한 정상화 방안을 확정함에 따라 하이닉스는 일단 유동성 위기에선 탈출할 수 있게 됐다. 내년까지는 버틸 수 있는 현금을 확보한데다 앞으로 3년간은 빚 갚을 부담에서도 벗어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채권단 지원이 하이닉스의 회생을 전적으로 보장하는 건 아니다. 하이닉스가 추진중인 자산매각 등 자구계획이 제대로 이행되고 반도체 값도 회복돼야 정상화의 길로 들어설 수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 신규자금 지원과 부채탕감 내용 =신규자금 지원에 참여하는 금융기관은 산업 한빛 조흥 외환은행, 씨티은행, 농협 등 모두 6곳. 이들은 약 6천5백억원을 연리 7%로 빌려주게 된다. 이중 산업은행 지원분은 외환 한빛은행이 나눠 분담한다. 국민 주택 등 8개 은행들은 청산 가치에 따라 보유 채권의 일정 부분을 탕감한 뒤 남은 채권은 전환사채(CB)로 받게 된다. 부채탕감 비율은 담보채권과 무담보채권이 다르게 적용된다. 예를 들어 담보채권의 청산 가치가 40%일 경우 부채탕감 비율은 60%이고 무담보채권의 청산 가치가 15%일 경우 3%포인트를 더해 탕감 비율은 82%가 된다. 한편 2개 은행은 이번 지원안 자체에 반대해 채권매수청구권을 행사했다. 이들은 보유 채권을 5년 만기 무이자 회사채로 지급받게 된다. ◇ 내년까진 버틸 수 있어 =채권단은 정상화 방안에 따라 오는 10일부터 하이닉스에 신규 대출을 해줄 예정이다. 하이닉스는 이 돈 중 5천억원을 시설투자 자금으로 쓰게 된다. 이로써 하이닉스는 최악의 자금난을 모면할 수 있게 됐다. 또 3조1천억원의 부채 출자전환과 채무 탕감으로 연간 1조원에 달하는 이자 비용이 내년부터는 5천8백억원으로 줄어들게 된다. 채권단은 이 정도 지원이면 하이닉스가 적어도 내년말까지는 돈 걱정을 않고 버틸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채권단 분석으로는 올 4.4분기중 7천8백억원, 내년 상반기엔 7천2백80억원, 하반기엔 2천8백70억원의 자금 여유가 생긴다. 만약 채권단 지원이 없다면 하이닉스는 내년중 5조7천억원 이상 자금이 모자랄 판이었다. ◇ 자구계획 잘 돼야 =하이닉스는 내년말까지 자산매각 등 자구를 통해 총 2조6천억원을 확보할 계획. 그같은 자구계획이 얼마나 실행되느냐도 하이닉스 회생에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특히 일부 반도체 공장의 중국 매각이나 전략적 제휴를 통한 자금 유치가 성사될지 여부가 관심사다. 채권단 관계자는 "아쉬울 게 없는 중국측에선 가격을 낮추기 위해 시간을 끌 공산이 크다"고 말했다. 하이닉스의 자구계획이 1백% 달성될 것이라고 낙관해선 안된다는 지적이다. 때문에 채권단은 회사가 제시한 2조6천억원의 자구계획 중 1조6천5백억원만 성사된다는 보수적인 전제로 자금계획을 짰다. 또 내년 상반기로 예정된 5천억원 규모의 유상증자가 성공할지도 문제다. 만약 유상증자가 안되면 하이닉스는 내년 하반기중 2천9백억원 정도의 자금 부족이 생긴다는게 채권단의 전망이다. ◇ 반도체 값이 변수 =현재 바닥을 헤매고 있는 반도체 값이 언제 반등할지가 하이닉스 정상화를 좌우할 가장 결정적인 변수다. 채권단은 내년말까지는 반도체 값이 64메가D램 환산기준가로 개당 1달러 수준을 유지한다는 전제 아래 지원 계획을 마련했다. 또 오는 2003년과 2004년엔 각각 반도체 값이 1.5달러와 1.7달러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했다. 만약 채권단 예상과 달리 내년중 반도체 값이 더 떨어지거나 2003년부터 반등하지 못한다면 하이닉스는 또다시 유동성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차병석 기자 chab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