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소송제도에 관한 논의는 1990년 12월 '민사특별법제정 분과위원회'를 통해 입법논의를 시작,96년 6월 집단소송법시안을 내놓으면서 가시화됐다. 당시의 시안은 대상이 어느 것이든 될 수 있고,금전배상은 물론 피해를 야기하는 행위에 대한 금지청구,예방적 처분을 구하는 작위청구,그리고 가해행위의 위법확인 청구도 가능하며,또 대표당사자는 물론 대표단체를 통한 소송제기와 수행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었다. 이번에 정부가 발표한 증권관련집단소송제도의 도입취지는 '시장으로부터' 지배구조의 왜곡을 시정하고자 하는 데 있다. 이 제도는 사실 미국의 1934년 증권거래소법의 규칙 '10b-5'를 근거로 그 입법모델을 찾을 수 있다. 그러나 현재 발표된 시안을 보면 96년의 일반적인 특별법으로서 집단소송법 시안 중 독일의 단체소송성격부분을 빼고 적용대상을 증권관련 분야에 국한시킨 것으로 판단된다. 그리고 이 시안은 증권거래법상 손해배상의 특칙으로 규정된 책임을 원인으로 책임추궁을 적용대상으로 삼고 있는 것이 특색이다. 우선 이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시안의 가부문제를 떠나 기존 법 체계와의 정합성 견지에서 도입을 위한 일반적 검토를 하는 것은 유익하다고 할 것이다. 또 도입을 전제로 할 때 남소(濫訴)방지를 위한 제도적 보장이 충분히 검토돼야 한다. 첫째,시안 제1조(목적)의 규정을 다시 정리,규정해야 한다. 증권관련집단소송법 시안 제1조 규정에 의하면 '이 법은 증권투자와 관련하여 공통의 이익을 가진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 피해에 대한 손해전보를 구하는 소송을 수행함으로써…'로 시작하는 제1조 규정은 증권투자와 관련,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라 해서 결과만을 적시해 이 법 시안의 목적을 애매하게 만들고 있다. 미국의 34년 증권거래소법 규칙 10b-5의 규정을 참고하더라도 적어도 '허위의 기재 또는 표시가 있거나 중요한 사항이 기재 또는 표시되지 아니한 개시(또는 공시)를 믿고 증권투자를 한 다수인에게 피해가 발생한 경우'만을 소송원인으로 한다 함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둘째,허위 등의 개시와 투자행위간 인과관계의 문제다. 증권관련 책임을 추궁하는 경우에는 투자자가 증권투자로 인한 손해에 이르게 되는 요인이 매우 다양하고,실제 가해자의 불법행위와 아무 관련 없는 경우도 허다하기 때문에 인과관계의 존재가 반드시 규명돼야 한다. 따라서 이 경우에는 책임의 근거가 되는 인과관계(소위 거래의 인과관계 또는 신뢰의 인과관계)가 우선적으로 해명돼야 한다. 말하자면 공시책임의 경우 그 해당 부실공시서류를 읽고 믿었기 때문에 증권을 매수했다든지 혹은 매도하게 되었다는 것이 그것이다. 그렇다면 실체법상 요구되는 신뢰의 인과관계 및 손해의 인과관계에 대한 요건은 집단소송의 구조내에서도 가해자의 불법행위로부터 배상을 받을 자와 그렇지 않은 자를 구분해 주는 핵심적인 기준인 것이고,그러므로 집단소송제도의 도입여부에 관한 논의에서도 중심적인 대상이 된다고 할 것이다. 셋째,남소문제다. 미국의 경우 그 동안 남소문제가 심각하게 대두되면서 95년 말 '증권민사책임소송개정에 관한 법률(Private Securities Ligation Reform Act of 1995)'을 제정한 바 있다. 미국에서는 발행공시 책임이든 사기적 거래에 의한 책임이든 또는 유통공시 책임이든 실체법상으로 인과관계의 문제나 입증책임을 명확히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남소방지의 기능을 담당하도록 하고 있다. 상법상 대표소송(402조)에서 인정되고 있는 이상의 담보규정이 필요하다고 할 것이다. 그리고 소송절차상으로도 증권관련 사건을 기초로 하는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경우엔 그것이 개별소송이든 집단소송이든 당연히 모든 집단의 구성원은 각자 스스로가 신뢰 또는 거래의 인과관계를 입증할 수 있는 사실들을 소장에 기재하도록 함으로써 법원이 집단소송의 허가단계 뿐만 아니라 본안, 즉 손해의 인정과 손해액의 산정단계에서도 인과관계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