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 퇴치는 전세계의 당면과제다. 마약시장 규모가 연간 2천억달러에 달하는 미국은 물론 유럽과 아시아 각국 모두 마약과의 전쟁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의 경우 초등학교 때부터 '드러그 프리(Drug Free·마약으로부터의 자유)행사를 개최,빨간 옷에 빨간 리본을 달고 등교하게 하는가 하면 흑인지역 중학교에선 걸핏하면 마약담당 경찰이 개까지 동원해가며 아이들 사물함을 뒤진다. 영국에선 '마약상담 51과'를 창설,구속보다 상담을 통한 퇴치에 힘쓰는 한편 국제 거래망 분쇄를 위해 러시아와 공조체제를 유지한다. 태국의 탁신 총리 정부는 마약근절, 가난, 부패추방을 3대 과제로 설정해 마약사범에 대해서는 국왕에게 사면을 청원할 수 없도록 했다. 중국 역시 아편전쟁 발발 직전인 1839년 청나라가 아편범죄 엄벌 방침을 발표한 지 1백50년만인 1989년 다시 마약사범은 최고 사형에 처한다는 법령을 제정했다. 그렇더라도 중국 당국이 우리 정부에 사전통보도 없이 한국인을 사형시킨 뒤 시체를 화장하고 옥중에서 병사한 사람의 시신을 인도하지 않았다는 건 기가 막힌다. 미국의 자국민 보호는 유별나거니와 실제 1994년 5월 클린턴 대통령은 싱가포르에서 남의 차에 페인트칠을 한 죄로 징역 4개월에 벌금및 태형 6대를 선고받은 미국 소년 페이의 형을 감해달라고 싱가포르 정부에 '정중하게' 요청했다. 동두천 미군클럽 여종업원 윤금이씨 살해사건의 경우 전례를 찾기 힘든 잔혹한 살인이었는데도 미국측은 대법원 확정 판결이 날 때까지 1년반이 넘도록 케네스 마클 이병의 신병을 인도하지 않았다. 게다가 항소심 공판 때 소란스러웠다고 항의 공문을 보내는 동시에 재발방지 대책까지 요구했다. 자국민은 비록 죄인일지라도 최대한 보호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진 못하더라도 제나라 국민이 남의 나라 땅에서 체포된 뒤 4년이 지나 사형될 때까지 우리 공관이나 정부가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건 황당하다. 국민 없이 국가는 없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