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이 다음달 초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제5차 '아세안과 동북아 3국 정상회담'에서 동아시아 경제협력 강화방안을 제안할 것으로 알려져 주목된다. 우리측 제의는 동아시아 비전그룹(EAVG)이 작성한 보고서 내용을 밑바탕으로 한 것이어서 잘만 하면 동아시아 경제공동체로 발전할 수 있는 토대가 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특히 이 지역의 대미 수출의존도가 높고 최근 정보통신산업 불황의 여파로 인한 경기침체로 심각한 경제난을 겪고 있는 상황이어서 더욱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EAVG는 김 대통령이 지난 98년 제안해 한·중·일을 포함한 동아시아 13개국 민간인사 26명으로 구성된 민간기구로서 이번 보고서 내용은 경제 금융 정치,안보 사회,교육,문화 에너지,환경,제도 등 6개 분야에 걸쳐 57개 권고사항을 담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역내 무역과 투자의 조속한 자유화,동아시아 통화기금 설치 또는 차입협정 체결을 통한 금융안전망 구축 등이 핵심사항인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이같은 제안이 전혀 새로운 것은 아니다. 지난 98년에 일본이 아시아통화기금 설치를 제안했으나 미국 등의 반대로 무산된 적이 있으며, 지난해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세안+3' 정상회의에서 김대중 대통령이 역내 국가간의 통화 스와프협정 체결 등을 포함한 동아시아 경제협력체 구성을 공식 제안한바 있다. 하지만 아직도 미약한 회원국간 국제분업, 중국과 일본의 주도권 다툼,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의 반대 등 극복해야 할 과제가 한두가지가 아니어서 단시일안에 실행하기가 쉽지 않은 형편이다. 그러나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동아시아지역 경제협력을 강화해야 할 당위성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아세안만 해도 우리의 네번째 교역시장, 2위의 건설시장,3위의 투자시장으로서 역내 무역과 투자가 자유화될 경우 갈수록 심해지는 통상마찰 완화는 물론이고 당면한 경제위기 극복에도 큰 힘이 될 것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당장 일본과 싱가포르가 정상회담기간 중에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할 예정이고 몇몇 나라 중앙은행이 통화스와프 협정을 체결하는 등 권고사항 중 일부가 이미 가시화되고 있는 것만 봐도 역내 경협강화가 얼마나 절실한지 알 수 있다. 게다가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이 임박했고 동아시아통화기금에 대한 미국의 반대도 전에 비해 많이 누구러진 만큼 지금이야말로 우리정부가 동아시아 경협강화를 위해 앞장서 외교역량을 발휘할 적기라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