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규제완화 방안에 대한 관련부처간 의견조율이 늦어지고 있는 가운데 진념 경제부총리가 출자총액제한제도를 앞으로 3년간 한시적으로 운영할 방침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진 부총리의 이같은 발언은 지금 논란이 되고 있는 기업규제완화를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뜻으로 이해하고 싶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최소한 3년간은 총액출자제한제도를 유지하겠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는 점에도 주목하지 않을수 없다. 우리는 그동안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는 물론 출자총액제한은 지체없이 폐지하는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누차 제시한바 있다. 외환위기이후 기업경영 환경이 크게 바뀐데다 경영 투명성 확보를 위한 제도적 장치들이 여러가지로 보완돼 이제는 그같은 규제를 풀더라도 과거와 같은 경제력 집중으로 인한 폐해는 나타나지않을 것이란 판단에서였다. 더구나 극심한 경기침체 와중에서 출자총액을 제한해 여력이 있는 기업들까지 투자를 못하게 막는 것은 정부가 해야 할 일이 아니다. 정부가 대기업 규제를 풀기 어려운 이유로 경제력 집중의 병폐들이 아직도 만족할 만큼 개선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이는 시장기능을 무시한 관치만능의 발상이 아닐수 없다. 기업의 지배구조나 투자전략,그리고 자산운용은 전적으로 기업이 자율적으로 결정할 문제이지 정부가 간섭할 일은 아니다. 다만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기업들의 부당한 내부거래를 막고,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불공정거래의 규제 등 시장규율을 지키도록 감시하는 것이다. 부채가 많은 기업이 불필요한 확장을 하려들면 금융기관이 감시하고 감독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정책당국 스스로 언젠가는 풀어야 할 규제라고 인정하면서도 관계부처간 견해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우리로서는 도저히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특히 공정위는 대기업집단 지정제도를 자산기준으로 바꾸기로 합의하고도 그 기준은 3조원을 고집하고 있다고 한다. 이 기준을 적용하면 기존의 30대기업지정과 별로 달라지는게 없다. 대기업집단지정이 공정위의 소관업무인 점을 감안하면 부처이기주의의 대표적인 사례가 아닌가 싶다. 우리는 이번 기업규제완화 조치에 진 부총리가 누구보다 앞장서고 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부처간 절충이나 타협으로 이뤄질 성질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동시에 지적하지 않을수 없다. 기업의 창의와 투자 의욕을 부추기기 위해서도 '눈가리고 아웅식'이 아닌 진정한 기업규제 완화조치를 하루속히 매듭지어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