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하지 않았거나 모르는 사람한테서 온 편지는 일단 의심하십시오.한쪽이 두툼하거나 두터운 테이프로 봉함된 편지도 수상합니다. 이런 편지는 흔들거나 냄새를 맡지 말고 즉각 경찰에 알려야 합니다. 만진 후에는 비누로 손을 깨끗이 씻어야 합니다" 27일 기자가 살고 있는 버지니아주 비엔나를 비롯 미국 전 가정에 배달된 엽서의 내용이다. 미 우정공사(UPS)가 보낸 이 엽서에는 의심스러운 편지 색별방법과 처리 방법이 자세하게 적혀 있다. 비단 이 엽서의 경고가 아니더라도 미국 사람들은 더 이상 편지를 무심코 뜯지 않는다. 누가 보냈는지,내용물이 무엇인지 짐작하기 어려운 편지는 만지기조차 두려워하는 습관이 생겼다. 플로리다주에서 첫 탄저병 환자가 발생한 지 벌써 3주일.3명이 죽었고 치사율이 90%에 달한다는 호흡기 탄저병 환자만 해도 7명으로 늘었다. 그런데도 범인에 대해 뚜렷한 단서하나 밝혀내지 못하고 있다. 정부 관계자들은 '미국에 살고 있는 극단주의자의 범행일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지만 범인을 유추할수 있는 그 이상의 정보는 없는게 현실이다. 우체국의 파행운영도 계속되고 있다. 워싱턴 DC의 브렌트우드 우체국 폐쇄로 DC안의 일부 지역 우편 배달은 지난주 나흘간 끊겼다. 주말에 재개됐지만 처리작업이 늦어져 물량이 대폭 감소했다. 자신의 생명을 스스로 지켜야 하는 절박한 상황을 반영하듯 마스크와 장갑세트가 30달러에 불티나게 팔려나가고 있다. 탄저병 치료제 시프로는 의사의 처방이 있어야만 살수 있는데도 인터넷을 통해 불법 판매될 정도다. 기자도 한국 친지가 불안해서 준비해왔다는 마스크 2개를 받아뒀다. 탄저균이 의회와 백악관 대법원등 핵심권부와 일부 언론사의 우편물 처리시설에서만 발견됐지만 대부분의 미국 가정은 이상한 편지가 언제 날아들지 몰라 불안에 떨고 있다. 미국 전역에 배달되는 우편 물량은 하루 6억통을 넘는다. 온갖 소식을 전하고 모임을 알리는 것은 물론 각종 공공요금 결제도 우편으로 이뤄진다. 우편왕국 미국은 지금 대혼란에 빠졌다. 워싱턴=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