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NEC 히타치제작소 도시바 미쓰비시전기 등 반도체 4개사가 한국산 메모리반도체에 대한 덤핑 조사를 자국정부에 요구할 방침이라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4일 보도했다. 일본 업체들은 이를 위해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반도체 D램의 일본내 판매가격과 시장점유율 등의 조사에 들어가기로 했다는 것이다.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일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무역적자에 시달리는 미국과는 달리 일본은 우리에게 해마다 엄청난 무역적자를 안겨주고 있는 마당에 반덤핑 시비를 건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이같은 일본 반도체업계의 움직임은 다른 의도를 숨기고 있는 것으로 볼 수밖에 없다. 일본의 이러한 움직임의 배경에는 확대일로인 적자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생산공장 통폐합,감원 등의 조치를 단행해 왔으나 구조조정만으로는 위기를 극복하기 어렵다는 초조감이 깔려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또 올해 초 반도체 가격반등을 꾀해 감산을 시도했지만 삼성전자 등 메이저들이 동참하지 않아 기대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한 데다 도시바가 삼성전자에 메모리부문을 인수해 주도록 요청했다 거부당한 것도 원인이 된 것으로 추측해 볼 수 있다. 결국 일본의 이같은 움직임은 반덤핑 공세로 한국업체에 압박을 가해 자신들의 감산정책에 끌어들이려는 얕은 술수로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전세계적인 수요감소로 반도체 가격이 원가 이하로 떨어져 업체간 생존경쟁이 벌어지고 있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국내와 일본에서의 판매가격에 차이가 없어 덤핑이란 일본의 지적은 말이 안된다는 것이 국내 업계의 주장이다. 반도체 업종은 특성상 호황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심하게 반복되기 때문에 경기대책을 특히 잘 세워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한국에 책임을 전가하기에 앞서 90년대 중반 이후의 대호황기에 설비개체 등 사업구조조정을 소홀히 함으로써 원가경쟁력이 뒤처진 것은 아닌지 스스로 반성해 보도록 권하고 싶다. 니혼게이자이도 경제산업성 관계자가 "최근의 반도체가격 하락 이유가 덤핑수출에 의한 것인지,세계적인 수요침체에 따른 것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며 신중한 입장을 밝혔다고 전해 일본 업계의 움직임에 무리한 면이 있음을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터무니 없는 생떼를 쓰기 보다는 한국 업계와 심각한 반도체산업의 공동 대응방안을 강구해 보자고 제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일본 반도체업계는 똑같은 문제로 미국을 비난했던 과거를 되새겨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