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주업체들이 정중동(靜中動) 행보를 보이고 있다.

소주,위스키 등 다른 주종(酒種)과 달리 신제품 출시나 업체간 경쟁은 치열하지 않은 편.상황이 이렇다보니 최근 몇년새 1조원규모를 형성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는 맥주시장을 55(하이트)대 45(OB)로 분할하고 있는 시장판도에도 큰 변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나 하이트맥주가 본격적인 2세 경영체제로 접어들면서 하이트와 OB맥주간 경쟁은 물밑에서 "조용하면서도 뜨거운" 변화가 감지된다는 게 대다수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2세체제 본격화되는 하이트맥주=지난 6월 아버지로부터 전권을 위임받은 박문덕 회장의 행보가 빨라지고 있다.

박회장은 제품의 제조일자,생산자 실명 등을 제품에 명시한 "브랜드 키퍼(Brand Keeper)제도"를 도입하고 벌써부터 내년도 월드컵 준비에 들어가는 등 공격경영을 본격화하고 있다.

"회사내에서 "왕회장"으로 통하는 박경복 전 회장 밑에서는 도저히 상상할 수 없었던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게 하이트 관계자들의 얘기다.

박회장이 취임후 도입한 여러 제도 가운데 가장 뜨거운 관심을 불러 일으켰던 게 바로 브랜드 키퍼 제도다.

브랜드 키퍼란 모든 생산품에 제조연월일,생산라인,공장,제조시각,생산담당자 실명 등을 표기하자는 것.

"하이트맥주에서 생산되는 제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 제도를 실시하게 됐다"는 게 이 회사 유경종 과장의 설명이다.

이를 위해 최고 경영진들이 직접 참여하는 "브랜드키퍼 운영위원회"도 결성했다.

내년에 열리는 월드컵에 대비해 월드컵 마케팅에도 적극적이다.

계열사인 하이트주조를 통해 기념소주인 "K&J"를 제작,일본시장 공략을 가속화하고 있다.

지난 99년부터 사용해온 본사건물도 강남으로 이전한다.

하이트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들은 이처럼 발빠른 변화를 지켜보면서 대부분 "놀랍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내실은 탄탄하지만 변화에는 너무 둔감하다"는 게 하이트에 대한 일반적인 평가였기 때문이다.


<>내실 다지는 OB맥주=최근들어 공격경영에 나서고 있는 하이트와 달리 "카스"와 "라거"를 앞세운 OB맥주의 시장공략은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대신 OB는 소비자들과 직접 만날 수 있는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통해 인지도를 끌어올리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특히 연중 최대 성수기인 지난 여름의 경우 대규모 판촉활동을 잇달아 전개해 하이트맥주측을 긴장하게 만들기도 했다.

OB맥주는 지난 8~9월 2달동안 전국의 대학생을 대상으로 한 "제1회 톡! Cass 뮤직 페스티벌" "카프리 멀티미디어 퍼즐" "맥주 이야기 콘테스트" 등 다양한 마케팅을 실시했다.

OB맥주의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메이저 주류 도매상들을 잡기 위한 주류업체간 경쟁이 뜨거웠지만 소비자들의 구매력이 점점 중요해질 것"이라며 "최근들어 소비자 대상의 이벤트들은 잇따라 개최하고 있는 것은 이같은 이유 때문"이라고 밝혔다.


<>전망=하이트가 박문덕 회장체제로의 전환을 끝낸 시점과 맞물려 그간 조용했던 맥주업계에도 격변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OB맥주의 지분 절반을 가지고 있었던 두산이 주식의 대부분을 외국기업인 인터브루에 팔기로 전격 결정했기 때문이다.

아직은 조용한 상태이지만 인터브루도 전열이 재정비되면 하이트와 마찬가지로 조만간 본격적인 시장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문덕 회장을 지켜봐 온 업계 관계자들 가운데는 "박 회장의 적극적인 성향으로 미뤄볼 때 조만간 치열한 시장쟁탈전이 시작될 것"이라고 전망하는 이들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