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계는 제일은행 호리에 행장의 전격 사퇴가 국내 시중은행의 경영 풍토에도 상당한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특히 '구체적인 중대과실'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대주주측이 임기 중간에 은행장을 도중하차시킨 점에 금융계는 주목하고 있다. 한미은행 대주주인 칼라일펀드는 지난 5월 당시 신동혁 행장을 이사회의장으로 추대하고 하영구 현 행장을 선임하는 등 일방적인 경영진 개편을 단행했었다. 제일이나 한미은행은 대주주가 외국계란 점이 국내 시중은행과 다르긴 하다. 하지만 국민.주택.하나은행 등 상당수 시중은행들의 최대주주가 이미 외국인으로 바뀌었다. 이들 은행의 대주주인 ING베어링 골드만삭스 알리안츠 등은 아직 은행 경영에 직접 관여하지 않고 있지만 이들이 언제 자신의 목소리를 낼지 모르는 상황이다. 시중은행 한 임원은 "뉴브리지가 경영책임을 물어 은행장을 전격 교체한 것은 외국인 지분율이 높은 은행뿐만 아니라 일반 시중은행 경영진들에게도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은행수익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부실여신 처리 등에서 경영진의 행동 반경이 좁아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은행권의 최대 현안인 하이닉스반도체의 처리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제일은행을 비롯 외국계 지분이 높은 국민.주택.하나은행 등은 하이닉스 신규자금 지원에 더 부정적으로 돌아설 가능성이 없지 않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번 행장교체의 주된 원인중 하나가 부실여신에 관한 것이라는 점에서도 은행 경영진의 운신폭에 상당한 영향을 주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