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30)씨는 최근 "사업설명"이라는 제목의 e메일을 한통 받았다. 단기간에 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자세히 읽어보니 인터넷을 통한 금융 피라이드였다. 다른 직장인 박모(28)씨도 지난 일주일새 이런 e메일을 세 통이나 받아 눈쌀을 찌푸린 기억을 갖고 있다. 인터넷을 활용한 금융 피라미드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하위 단계 회원들이 상위 단계 회원들에게 일정액을 주는 방식인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는 올초까지 극성을 부리다 5월과 6월 잠시 주춤해지는가 싶더니 최근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한국사이버감시단에 따르면 지난 5월 57건,6월 61건으로 떨어졌던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 신고건수가 7월 1백10건,8월 1백63건,9월 1백35건으로 늘었다. 이달엔 벌써 1백7건이 접수됐다. 최근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는 수법이 더욱 다양해져 네티즌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 금융 피라미드는 일확천금을 노리는 회원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 사회문제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유형1=가장 일반적인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는 하위 단계 회원들이 상위 회원들에게 일정액을 송금하는 방식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해 크게 유행한 '8억원 메일'이다. 김씨가 받은 e메일을 예를 들어보자. 김씨는 6명의 이름이 차례로 적힌 e메일을 받았다. e메일에는 ⑴6명에게 1천원씩 송금하고 ⑵자신의 이름을 리스트 가장 아래에 추가한 다음 ⑶가장 위에 있는 회원 이름은 지우고 ⑷다른 불특정 다수에게 e메일을 발송하라고 적혀 있었다. 이렇게 여러 단계가 반복될 경우 자신의 이름이 들어있는 e메일이 다섯차례에 걸쳐 기하급수적으로 인터넷에서 퍼지게 되고,e메일을 받은 수백만명이 자신에게 1천원씩 보내면 금방 수억원을 벌 수 있다는 것이다. ◇유형2=상위 회원에게 아무 대가없이 돈을 보내는 경우 일반적인 상거래와 달라 금융 피라미드란 걸 쉽게 의심받을 수 있다. 이런 위험을 피하기 위해 웹사이트에 회원으로 가입하는 형태를 취하는 경우도 있다. 예컨대 특정 웹사이트 회원으로 가입할 때 가입비를 받고 가입비의 일부를 추천인에게 주는 것이다. 자신이 추천한 회원 아래 단계는 후원인이란 명목으로 가입비의 일부를 챙겨간다. 이런 방법도 결국 피라미드 방식으로 회원을 늘려 하위 단계 회원들의 가입비를 나눠 갖는 것에 불과하다. 가입한 웹사이트도 특별한 콘텐츠가 없거나 음란물을 취급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문제점=인터넷 금융 피라미드는 단순히 불특정 다수가 일정액을 모아 상위 단계 회원에게 주는 것에 불과하다. 한마디로 하위 단계 회원들이 상위 단계 회원들에게 돈을 모아 주는 것이기 때문에 부가가치가 전혀 발생하지 않는 '제로섬 게임'이다. 특히 가장 하위 단계 회원들은 아무 이익도 없다.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는 구조적인 특성상 하위 단계 회원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조직이 커질수록 피해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한국사이버감시단의 박해원 간사는 "인터넷 금융 피라미드는 젊은 네티즌들에게 손쉽게 일확천금을 벌 수 있다는 환상에 빠지게 만들어 자칫 땀흘려 일하지 않는 비생산적인 사회로 발전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 김경근 기자 choice@hankyung.com